원술과의 장기전으로 조조군은 군량이 바닥났다. 보급 책임자로부터 식량부족을 보고받은 조조는 큰 되 대신 작은 되로 퍼주라고 지시했다. 보급 책임자가 병사들의 불평을 염려하자 나에게도 생각이 있으니 시킨 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보급 책임자의 예측대로 며칠 후 병사들의 불평이 터져 나왔다.

조조는 보급 책임자를 불러 “네 목을 좀 빌려야겠다”고 했다. “나는 지시대로 한 것밖에 없는데 억울합니다” 보급 책임자는 항변했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병사들을 달래려면 그 길 밖에 없다. 너의 가족은 내가 돌봐 주겠다” 조조는 보급 책임자를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참수형에 처했다. 그리고 보급 책임자의 목을 높이 매달고 “보급 책임자가 되를 속여 군량미를 착복해 그 본보기로 참수했다”고 써 붙였다. “그러면 그렇지, 주공께서 식량을 줄이라고 할 턱이 있나” 병사들의 소란이 가라앉으면서 사태가 수습됐다.

어떤 사람이 고양이와 원숭이를 기르고 있었다. 어느 날 주인이 뜨겁게 달아 있는 난로 위에 밤을 굽고 있었다. 군밤이 먹고 싶어진 원숭이는 고양이를 꼬였다. “내가 너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다면 저 맛있는 밤을 얼른 집어내겠는데…” 원숭이는 고양이의 앞발을 잡아 군밤을 얼른 집어내 자기 입에 넣었다. 그 때 주인이 들어오는 바람에 원숭이와 고양이는 도망쳤지만 고양이는 밤 맛도 못 보고 발만 난로에 데었다.

이 우화에서 서양에서는 ‘남의 도구로 이용당하는 사람’을 ‘고양이 앞발(Cat’s paw)’라 한다. 권력을 가진 보스들은 궂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의 이미지를 더럽히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불리한 입장에 처하면 그 궁지를 벗어나기 위해 자기 대신 ‘고양이 앞발’ 역할을 해줄 희생양을 구한다.

“세상이 나를 배반하기 전에 내가 먼저 세상을 배반하겠다”고 한 조조는 국면전환을 위해 무고한 보급 책임자를 희생양으로 선택했던 것이다.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의 전 비서관을 금품수수혐의로 구속하고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검찰에 대해 ‘적폐수사 비판 물타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면전환을 위한 ‘고양이 앞발’이 필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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