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 "혐의 입증 자신···3차 소환 후 마무리"

31억 원대 비자금을 만들어 사적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10월 1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횡령 혐의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할 자신이 있습니다.”

3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 용도로 쓴 혐의를 받는 박인규(63) 대구은행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경찰은 대구은행 제2본점 등 12곳을 압수수색 해 입수한 비자금 장부 등에 대한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달 13일과 19일 박 행장을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이번 주까지 박 행장과 함께 입건된 전·현직 비서실장 등 핵심간부 5명을 포함해 은행 관계자를 상대로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조만간 박 행장을 3차 소환 조사할 예정이며, 이달 중에 수사결과를 발표한다”고 말했다. 김상운 대구경찰청장도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를 오래 끌 생각이 없다”고 했다.

경찰은 박 행장이 법인카드로 33억여 원어치 상품권을 구매한 뒤 상품권판매소에서 평균 수수료 5% 정도를 떼고 현금화해 31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일부를 개인 용도 등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행장과 간부 5명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입건했고, 이달 말까지 출국 금지 조치했다.

박 행장은 비자금 조성 사실은 대체로 인정했지만, 경조사비나 직원 격려금, 은행 영업을 위한 기업체 협찬 등에 비자금 대부분을 회사를 위해 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간부 5명도 비자금 조성 사실은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박 행장이 돈을 모두 써버려 용처를 잘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 행장이 비자금 중 일부를 개인 용도로 쓴 정황을 포착해 막바지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반드시 횡령 혐의를 입증하겠다”면서 “다만, 박 행장의 아내가 일부를 썼다거나 정치권으로 흘러갔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직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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