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천 가지 분노를 가지고 인터뷰에 임했다. 그 수천 가지 분노는 수천 개의 질문이 되어 내가 상대에게 공격을 퍼붓기 전에 먼저 나를 공격했다” ‘권력가의 천적, 전설의 여기자’로 불린 이탈리아의 오리아나 팔라치의 명언이다. 그녀는 세계에서 주요한 사건을 만들어 낸 사람들은 웬만하면 거의 다 만나 인터뷰했다. ‘오리아나 팔라치가 인터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세계적 인물이 아니다’란 말이 있었을 정도로 그녀의 인터뷰는 권위가 있었다. 그녀는 중국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과도 마주 앉았다.

“천안문에 걸려 있는 마오쩌둥의 초상화는 왜 내리지 않는가?” 첫 질문이었다. 덩은 당황하지 않고 “그 초상화는 아마도 영원히 걸려 있을 것이다”라고 응수했다. 그녀는 중국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등으로 수많은 무고한 인민의 희생과 문화를 말살시킨 마오쩌둥이 사후에도 숭배의 대상으로 걸려 있는 것에 대한 불만 섞인 질문이었다. 또 팔라치가 물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과오에 대해 마오쩌둥은 책임이 없다는 말인가?” 그녀의 질문에 덩샤오핑은 “공칠과삼(功七過三) 이었다” 라고 말했다. 잘한 것이 70%, 잘못한 것이 30%라는 것이다. 사실 공칠과삼은 1975년 마오쩌둥이 자신의 일상을 정리하기 위해 덩샤오핑에게 문화대혁명을 평가하게 했을 때 이미 나온 말이었다. 마오 자신이 덩샤오핑에게 “대략 성공 70%, 과오 30%로 하면 좋겠다”라고 집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서 나온 말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 100주년을 맞아 우표 제작에서부터 동상과 추모관 건립 등 기념사업을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갈등하고 있다. 한 편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을 ‘조국 근대화의 영웅’이라 하고, 한편에서는 ‘무자비한 독재자’라 한다. 조국 근대화의 기틀을 세우고 고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영웅이자 쿠데타로 집권, 독재와 공포정치를 펴다 비극적 생을 마감한 인물이라는 엇갈린 평가다.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정적 영향에다 과만 크게 보는 편향된 당파성의 피해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마오처럼 박정희를 한국판 ‘공칠과삼’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까. 여러 사람이 ‘독재자’라 해도 박정희는 대한민국을 잘 살게 바꿔 놓은 최고의 지도자였다. 허물없는 인간은 없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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