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14일 새벽(한국시간) 총회를 열어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전후해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올림픽 휴전 결의를 채택했다. ‘올림픽의 이상과 스포츠를 통한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 건설’이라는 제목의 이 결의는 우리 정부가 초안을 마련하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150여 개국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다. 표결 없이 컨센서스(동의)로 채택되는 과정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만큼 만장일치 채택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올림픽 휴전 결의는 올림픽 기간에 적대 행위를 중단한 고대 그리스 전통을 따른 것이다. 1993년 이후 하계·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매번 빠지지 않고 채택돼 올림픽 개최의 통과 의례처럼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터라 이전과는 달리 큰 의미를 두고 결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평창올림픽 휴전 결의는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7일 전부터 동계 패럴림픽 폐막 7일 후까지 유엔헌장의 틀 내에서 올림픽 휴전을 개별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임원진을 포함한 모든 관련 인사들의 안전한 통행과 접근 및 참가를 보장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개발, 관용과 이행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올림픽 기간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는 국제사회의 선언이자 약속이지만 북한을 향한 호소에 더 큰 무게가 실려있다. 이 결의가 채택될 때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와 북측 실무진은 총회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유엔총회 활성화 토론에는 참석해 일부러 자리를 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어떤 형태이든 북한의 도발은 막아야 한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한때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이 대회 참가를 불안하게 여겼던 것으로 전해진 데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의 도발은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려는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릴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국제사회의 염원대로 평화 올림픽으로 승화하려면 북한의 참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참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말 독일에서 열린 국제대회 피겨 페어 종목에서 렴대옥-김주식 조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평창 올림픽에 자력으로도 참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이 출전권을 따지 못한 종목에서 와일드카드를 활용해 출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져 경우에 따라서는 비교적 큰 규모로 참석할 수도 있다. IOC는 장비를 포함한 모든 출전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의사도 밝혀놓고 있다. 북한 당국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동남아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싱가포르 채널뉴스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다면, 나아가 북한의 응원단까지 함께할 수 있다면 남북 간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선수단이나 응원단이 오게 되면 방문 경로나 숙소 등을 논의하기 위해 남북한 간 접촉이 이뤄지고 이는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도 대결과 긴장 국면을 끝내고 자연스럽게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날 ‘통일부 입장’ 발표를 통해 “북한이 조속히 평창올림픽 참가를 확정 짓고, 남북이 만나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개최하기 위한 제반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다시 촉구했다. 북한은 더는 침묵하거나 추가 도발할 궁리를 하지 말고 올림픽 기간 적대 행위 중단은 물론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기회를 모색하려는 우리와 국제사회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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