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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11월 11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개막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은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물론, 세계문화엑스포 공동개최국이었던 캄보디아와 터키를 비롯한 라오스, 러시아, 몽골,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쿠웨이트 등 전 세계 15개 국가가 직접 자국의 전통음악과 현대예술을 선보이는 큰 행사가 되었다. 실크로드를 넘나 들은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교류·소통·화합의 세 부문으로 나누어 연출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신라인의 개방적인 삶이 소개된다. 또 한국의 유교문화를 알리기 위해, 석전대제(釋奠大祭)와 향음주례(鄕飮酒禮), 종가문화, 전통혼례 등을 전시·시연하고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서원(書院)에 담긴 한국의 유교 정신을 보여준다. ‘유교문화교류관’에는 책판 인출과 가훈 쓰기 등 관람객들이 유교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앙코르와트와 이스탄불에서 개최했던 문화엑스포의 성과를 계승하면서,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문화영역을 넓히려는 경상북도와 경주시의 고심과 열정이 엑스포기획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호찌민 엑스포는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가 지향해야 할 문화정책의 방향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으며, 역사연구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고대사는 안갯속에 묻혀있고 청소년을 비롯한 국민 일반의 역사지식과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극히 낮은 수준이다. 중국이나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자기들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스러워하고 철저히 가르친다. 프랑스는 초등학교시절부터 프랑스 시인들의 시를 암송하게 하고 중국의 초등학생은 당시(唐詩)를 줄줄 외운다.

정부는 우리 민족의 뿌리인 고조선의 뛰어난 문화와 역사적 진실을 언제까지 국민이 모르게 방치할 것인가? 예를 들어, 고조선 시대의 유물인 창원 다호리 1호의 다뉴세문경은, 지름 21cm의 거울 뒷면에 무려 1만3천 개에 이르는 가는 선을 새겨 넣은 과학기술에 의하여 만들어졌다.

우리 민족의 역사는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아직 입증된 건 아니지만, 최근 몽골과 카자흐스탄 등의 유라시아 초원문화와 우리의 고대문화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학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정형진 신라얼연구원장 같은 이는 아예 우리 민족의 기원을 이란의 서부지역인 ‘수시아나’로 보고 있다. 로만 글라스를 보더라도 신라가 지금의 이란이나 이스탄불과 교류한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혜초는 천축국을 두루 다녔고 원효의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 필사본이 돈황과 투루판에서 발견된다. 더구나 이란의 ‘쿠시나메’에는 신라가 지상천국으로 묘사되어있지 않는가? 첼리스트 요요다가 실크로드 앙상블을 만들어 세계인을 감동시키고 있는 이때, 실크로드 선상의 수십 개 대학이 참여하는 ‘세계실크로드대학연맹’의 활동을 경상북도가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경북의 문화는 원래 세계적이며 다문화 융합적이다. 이는 삼국사기 ‘난랑비서’에서 밝혀진 바다. 정부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는 경상북도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거기에 민족의 옛터전이 있을 수 있고 우리의 삶을 풍성하고 윤택하게 할 무궁한 자원과 기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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