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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영화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갇혀 청나라에 항복하기까지의 47일 동안 번민하는 임금과 전쟁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의 모습을 그렸다.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전쟁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원인, 이에 대처하는 과정과 방법 등에서 각각의 평가를 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외교적인 해법을 통한 전쟁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군주가 무능하면 피해는 백성의 몫”이라며 대통령의 역량과 리더십을 강조했다.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는 쇠락의 길을 가고 있었다. 인근에서 청나라의 전신인 후금은 자신들의 세력을 차곡차곡 확대하는 과정에 있었다. 당시 조선의 15대 왕 광해군은 후금의 성장세를 의식하여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외교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광해군이 축출당하면서 왕위에 오른 인조는 광해군과는 달리 배금친명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후금은 조선을 침략하며 전쟁을 일으켰는데, 이게 바로 정묘호란이다. 전쟁에서 패배한 조선은 후금과 형제 관계를 맺었다. 이후 청으로 이름을 바꾼 후금은 조선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왕자와 대신 및 척화론을 주장하는 신하들을 압송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내왔으나 인조는 이를 무시했고, 청나라는 다시 침입을 했다. 이것이 병자호란의 배경이다.

병자호란은 몽골과 만주, 중국의 동북지방을 석권한 신흥 강대국 후금(청)의 힘과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쇠락한 명나라와의 관계에만 집착한 인조와 조정의 분열이 부른 비극적 참화였다. 병자호란은 외교력, 국방력 등 국가의 총체적인 무능에서 발생한 것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국가안보와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인근 국가에서 발생하는 각종 정보가 외교 및 국방정책 수립에서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는 병자호란뿐만 아니라 임진왜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한반도 정벌 계획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만 있었더라고 그렇게 처참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매일 아침 CIA(중앙정보국) 등 정보기관이 작성한 5페이지 내외의 대통령 일일 보고서를 읽는다. 여기에는 전 세계 첩보망을 통해 수집한 각국의 주요한 정보가 들어 있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국방·외교·경제정책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최고 수준의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국가 및 국제 안보정보를 책임지는 최고 정보기관은 국가정보원이다. 국가정보원이 수행하는 주요 업무는 대한민국을 위해 하려는 국내·외의 적 및 기타 외국 정부나 단체들이 대한민국의 국가기밀 정보 및 중요 산업정보를 도취(盜取)해가지 못하도록 방어하며, 그러한 정보 도취 활동을 자행하는 간첩들을 색출하는 업무, 국가안보 관련 범죄(내란·외환·반란죄, 군사비밀보호법·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업무, 국내·외 적대 세력의 활동에 관한 정보 및 국가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필요한 각종 해외 정보를 수집·분석·배포하는 업무 등이다. 즉, 국가정보원은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국제테러, 전쟁, 외교 등의 첩보 및 정보를 수집하는 콘트롤 타워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수행하는 국가정보원이 지금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수집이나 사건수사 등 조직 본연의 목적이 아니라 여론조작 및 상납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래서야 국가가 제대로 돌아갈 일이 있겠는가? 최고의 엘리트들로 구성되어 있는 국가정보원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과거 남한산성에서 있었던 역사를 잊지 말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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