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소설-이연주 소설가
예심을 통과해서 본심에 도착한 소설이 45편이었다. 심사자는 이만한 양의 작품을 본심에서 검토한 경우가 없어서 응모 편수가 얼마나 되는지 묻기까지 했다. 예심을 본 편수가 무려 340편이었다고 한다. ‘경북일보 문학대전’이 얼마나 성황인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90% 가까이 되는, 예심을 통과하지 못한 작품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본심에 임했다. 많은 편수임에도 대다수의 소설이 문장의 안정감이나 인물의 형상화, 고심해서 짠 구성을 보여 주어 선자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독자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기대하는 것들, 이를테면 문장의 안정감을 넘어서 개성적인 것, 인물의 일반적 형상화를 넘어 우리 속에 숨은 환부를 예리하게 짚어내는 것, 이야기를 나르는 데 급급함을 넘어 한번쯤 묘미가 느껴지는 구성력 등을 갖춘 소설은 드물었다.

더욱이 왠지 나이가 느껴지는 작품도 꽤 되었는데, 이는 화자나 작중인물의 ‘연세’ 때문이 아니라 소재를 다루고 처리하는 작가의 문제라는 점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소설은 작가 자신의 삶을 다루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소설적 감각은 그것을 어떻게 물로 씻은 포도알처럼 신선하게 만들 것이냐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무의 정원」, 「사과」, 「오동의 꿈」, 「빨간불에 대한 예의」가 선자의 주목을 받았다. 「무의 정원」은 곧 헐릴 집을 공간으로 좌절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어 인상적이었지만 작품 구성이 성글었다. 부부관계를 다룬 「사과」는 ‘관계’의 여실한 뒤틀림을 단지 표면적으로만 보여주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오동의 꿈」과 「빨간불에 대한 예의」는 단연 눈에 띄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완전히 성격을 달리해서 하나는 무거움을 내세웠고 다른 하나는 날렵함을 무기로 삼았다. 죽을 때까지 사창가를 떠나지 못하는 가슴 아픈 슬픔을 그린 「오동의 꿈」은 오랜 조탁으로 빛나는 문장까지 과시했다. 「빨간불에 대한 예의」는 번뜩이는 재치와 기습적인 상상력으로 “벌레”들이 횡행하는 오늘날의 세태를 휩쓸고 다녔다. 성격이 다른 두 작품을 두고 고민했지만 결국 「빨간불에 대한 예의」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자조와 조롱의 쇄도 속에서도 시대의 비참을 껴안는 작가적 정신에 보다 믿음이 갔기 때문이었다. 수상자들 모두에게 축하를 드린다.

소설-엄창석 소설가
소설-임수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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