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여 차례 여진으로 불안 가중···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주민들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근 지진대피소로 피신해 하룻밤을 보낸 시민들. 김재원 기자 jwkim@kyongbuk.com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과 이어진 수십여 차례의 여진으로 흥해실내체육관 등 5개 주민대피소로 대피한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잠을 설쳤다.

16일 오전 9시 포항흥해실내체육관.

일상생활로 돌아간 일부 주민들이 대피소를 빠져나갔지만 대피소에는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남아 있었다.

체육관 바닥에서 몸을 누윈 주민들은 아직도 여진에 대한 불안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흥해에서 장사를 하는 박모씨(62·여)는 “계속 땅이 흔들리니 혼자서는 집에 무서워서 있질 못하겠다”면서 “체육관에서 이웃들이랑 있으니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진으로 인한 불안과 차갑고 불편한 대피소 생활로 주민들의 고통은 크다.

대피소에는 각지에서 보낸 구호물품이 속속 도착해 시청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구호물품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고 자원봉사자들도 대피 주민들을 위해 컵라면과 커피 등을 제공했지만, 수없이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편안한 휴식의 공간인 집이 하룻밤 사이에 두려운 곳이 되어버린 주민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추진 못했다.


아이 학원에서 지진을 느꼈다는 신모(40·여)씨는 “물건이 떨어지고 화분은 깨지고 건물 벽도 무너졌다”면서 “아이들도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렸다”고 지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지진이 잠시 멈춘 사이 집에도 잠깐 들렸는데 계단으로 올라가는 와중에도 건물이 움직이는 것 같아 불안해서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면서 “오늘도 여기 체육관에서 자거나 다른 도시로 가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밤사이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아 마음을 졸이다 직접 포항으로 내려온 이도 있었다.

대구에 사는 서상호(65)씨는 지진 이후 연락이 끊긴 어머니를 찾기 위해 날이 밝자마자 포항에 내려왔다.

집은 입구부터 무너진 잔해만 가득했고 집안에서는 어머니가 두고 간 핸드폰만 발견했다.

서씨는 인근 대피소를 돌아다니다 오전 11시께 흥해실내체육관에서 김원분(83)할머니와 극적으로 만났다.

김 할머니는 “땅은 흔들리는 데 전화기도 안돼 집에 두고 왔다”면서 “밤새 무서웠는데 아들은 만나 다행이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밤새 이어진 30여 차례의 여진에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기도 했다.

대부분 두통, 소화불량 등이었고 가슴이 계속 심하게 뛴다는 이들도 많았다.

아들과 함께 대피소를 찾은 이모(47)씨는 “그래도 대피소가 제일 안전할 것 같아서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때 7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흥해실내체육관에 1천 명 넘게 사람이 몰리면서 통신이 일시 마비되기도 했지만 KT가 이날 새벽 2시를 기해 이동식기지국, 중계기, 와이파이 추가 증설을 완료하면서 통신장애를 해결했다.

한편 국가안전재난대책본부 등은 포항시 읍, 면, 동에 구호 매트 4천300개, 매트 2천 개 등을 배부하고 POSCO와 대구은행, 적십자, CJ, 수원시 등에서도 지원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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