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진 단발적으로 발생···과학계, 통계적 접근 어려워
동물 이상행동·구름형태 등 전조현상은 특정 재해만 예측···여진 수개월 간 지속 가능성

경주에 이어 포항에도 지진이 발생하자, 지진 전문가들이 “지진 발생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언제든 규모가 큰 지진이 올 수 있다”는 등 엇갈린 예측을 남발해 주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일기예보처럼 지진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면 인명이나 재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동물의 이상 행동, 구름형태, 지하수 수위의 변화 등으로 지진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학계는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런 현상들은 지진과 관련이 없으며 ‘사후해석’ 현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지진계를 전 세계 모든 곳에 빽빽하게 설치하지 않는 이상 지진을 예측하기 어렵고 지진계를 빼곡히 심어놓는다고 하더라도 지진파가 감지되는 순간 이미 지진이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예측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여진 발생 상황을 예측하려면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지진이 단발적으로 발생했고 선례가 별로 없어 통계적인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여진을 포함해 지진 발생을 예측하려면 지층 쌓인 응력을 측정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장비와 인력, 시간이 필요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 전조현상으로 알려진 현상들을 갖고 지진을 예측하기는 매우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전조현상이 재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조건이 있다”며 “해당 현상이 재해와 관련해서 반복적이고 일관성있게 관측돼야 하고 전조현상 관측 후 해당 재해가 반드시 발생해야 하고 전조현상이 특정 재해만 예측해야지 여러 재해를 설명하는 경우는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기상청 우남철 지진전문분석관은 “근본적으로 여진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던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적어도 수개월 동안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대 경재복 교수는 “경주 지진은 규모보다 여진이 이례적으로 오래 계속된 편”이라며 “이번 포항처럼 규모 5.4 정도의 지진은 보통 3~4개월 정도 여진이 지속한다”고 말했다.

향후 규모가 큰 지진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손 문 부산대 지질환경학과 교수는 “포항·경주·울산 일대에서는 리히터 규모 7.0까지 큰 지진이 충분히, 언제든지, 어디서든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며 “우리나라에는 리히터 규모 7.0 지진의 발생주기가 500년 정도인데 이미 400년이 지났다”며 “현재 지각의 판 구조 운동에 의한 지하 압력(응력)이 누적돼 한계에 이르고 있어 큰 지진이 날 가능성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이번 15일의 포항 지진이 본진인지, 전진인지 알 수 없다. 2~3일 더 두고 보면서 여진 등이 모두 끝났을 때 본진·여진을 판단해야 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창환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일본)구마모토 지진도 규모가 6.5로 굉장히 컸는데, 여진이라고 끝난 줄 알고 돌아갔는데 (이틀 뒤) 7.3 (강진)이 발생해 굉장히 많은 피해를 봤다”며 “우리가 지진을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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