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접수 등 없이 홀연히 자리 떠

17일 포항시에 담요 1천장을 기탁한 화산건설관계자들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물품을 나르고 있다. 이종욱기자 ljw714@kyongbuk.com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인해 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자 전국 각지에서 구호물품이 답지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각종 재난시 보여준 기부행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시는 지진 발생 이후 구호품 기탁 문의가 잇따르자 포항지지피해사랑나눔성금접수처를 따로 마련해 운영에 들어갔다.

성금접수처는 물품기부 신청이 들어오면 접수기록만 한 뒤 기부물품은 한마음체육관으로 집결시킨 뒤 품목별로 필요한 지역으로 배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각종 재난발생시 상당수 물품기부자들이 기부물품을 내려두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의 행위로 인해 눈총을 받아 왔으나 이번 포항 지역 물품기부 현장에는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17일 기부물품을 받고 있는 한마음체육관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구호성품을 실은 차량들이 쉴새 없이 드나들었지만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오후 3시 30분께 담요 1천장을 싣고 온 화산건설 관계자 역시 회사 직원들과 자원봉사에 나선 긴급재난통신지원단 관계자들과 함께 서둘러 담요를 내려준 뒤 홀연히 자리를 떴다.

화산건설(대표 김완)은 지난해 포항시 북구 흥해읍 초곡지구에 553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시공중인 회사지만 본사는 경기도 군포시에 소재해 있다.

회사관계자는 “본사에서 포항 지진으로 인하여 많은 피해와 심적 고통을 입은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구호품을 마련했지만 외부로 알리는 것은 삼가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말만 남긴 채 서둘러 떠났다.

비슷한 시각 한마음체육관에는 내의류 전문업체인 쌍방울에서 4.5t트럭 분량의 내의를 보내왔으며,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서도 1트럭 분량의 쌀가공식품을 보내왔지만 자원봉사자들이 곧바로 물품보관처로 옮기는 등 생색내기 기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지난 16일부터 기부현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 따르면 “16일 구미시에서 자체 기록용으로 사진을 촬영한 것외에는 물품기부 촬영을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는 국내 라면업계 1위 회사인 농심에서도 본사차원에서 마련한 구호품을 이재민들이 대피중인 흥해실내체육관에 보냈지만 17일 포항시에 확인한 결과 기부접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 측은 본사차원에서 구호품을 전달하되 굳이 표시를 내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17일 나눔성금접수처에는 익명을 요구한 사람이 이불 300채를 기탁하겠다고 밝히는 등 재난을 함께하는 따뜻함만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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