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극복 모범 사례

효고현립 인간과 미래 방재센터 서관 4층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직후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을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을 중심으로 큰 피해를 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16일 오후 5시 기준 집계에 따르면, 인명피해 62명, 이재민 1천346명, 주택 1천208건, 차량 38건 등 1천293건의 시설 피해, 철도·항만·도로·상수도 균열, 땅 밀림 등의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이제 복구와 재건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 됐다. 경북일보는 지난 6월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철저한 재건 계획으로 재해 전의 상태로 되돌린 일본 효고현을 직접 찾았다. 효고현의 재건·복구 노력을 다시 소개한다. <편집자 주>



△도시직하형 지진으로 도심 폐허

1995년 1월 17일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 효고현(兵庫縣) 고베시와 한신 지역에서는 일본 최초의 도시직하형 지진이 발생했다. 한신·아와지(阪神·淡路) 대지진이다. 포항지진도 빼닮았다. 단층을 따라 띠 형으로 도시 밑바닥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도시직하형 지진은 도시 기능이 집적된 인구집중지역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

리히터 규모 7.3, 최대 진도 7, 진원 깊이 16㎞의 대지진은 6천437명의 사망·행방불명자를 낳았고 가옥 24만9천180채를 전파 또는 반파시켰다. 효고현 총생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9.9조 엔이라는 직접 손해를 끼쳤다.

그러나 효고현과 고베시는 대지진의 뼈아픈 고통을 교훈과 반성의 기회로 삼았고, 철저한 재건계획으로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재해에 강한 지역사회를 품은 도시로 거듭났다.

1995년 1월 17일 발생한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문에 파손되거나 화재가 발생한 효고현 고베시 상가와 고베타워의 모습. 고베시 제공.
△단계별 대응과 재건

효고현은 지진이 발생한 1995년 1월부터 6개월간을 ‘긴급·응급 대응기’ (대피소 생활)로 정해 재해주민을 구조·구출해 피난소로 이동시킨 뒤 붕괴한 라이프라인(lifeline)을 조기에 복구하고 가설주택 4만8천 호를 건설했다. 1995년 8월부터 3년간은 ‘복구기’(가설주택 생활)로, 삶의 터전을 잃은 고령자와 가설주택 입주자를 지원하면서 피해 지역의 인프라와 주택, 산업의 조기 복구에 힘썼다.

1998년 4월부터는 ‘재건전기’(영구주택 전환)로 삼아 피해주민을 공영 영구주택으로 이전시킨 뒤 고용확보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했고, 2000년 4월부터는 ‘본격재건기’로 고령자 자립지원과 활기가 회복되지 않은 지역의 재생, 안심할 수 있는 안전사회 구축 등에 힘썼다.

1995년 7월부터 2005년까지 진행한 한신·아와지 대지진 재건 계획은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가 함께하는 공생사회 만들기’를 기본이념으로 660개 사업에 17조 엔 투입을 계획했고, 실제 이 기간 1천358개 사업에 16조3천억 엔을 쏟아부었다.

시로우 마추히사 효고현청 방재기획 계장은 “피해 지역의 인구는 재해 발생 후 약 15만 명(4%) 줄었으나 2001년에는 재해 전 수치를 뛰어넘었고, 현의 총생산액도 2006년에 재해 당시 수준을 회복했다”면서 “대지진 발생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고령자 자립과 커뮤니티의 활기를 찾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큰 과제로 삼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지진에서 얻은 5가지 반성과 교훈

사카모토 마코토 방재기획국장은 “22년 전 일어난 한신·아와지 대지진에서 5가지 반성과 교훈을 얻었고, 효고현은 이를 바탕으로 슬기롭게 도시를 재건할 수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먼저 대지진 발생 이전에는 풍수해나 태풍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준비가 돼 있었지만, 지진에 대해서는 대비가 미흡했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재해 발생 당시 현청 등 직원이 관공서에 아예 출근조차 하지 못해 초동 체제가 미흡했던 점도 반성 포인트로 삼았다.

또 철도나 고속도로가 붕괴하고 가옥이 파손되거나 불이 난 상황에서 주민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소방, 경찰, 자위대의 연계가 중요했지만, 당시에는 연계체제가 미흡했다. 그래서 방재 관련 기관의 연계도 매우 중요한 대응책으로 삼게 됐다.

네 번째는 커뮤니티의 방재 능력을 꼽았다. 재해가 발생하면 행정기관 대처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에서 붕괴한 주택에서 주민을 구출할 때 80%가 행정기관보다는 가족이나 이웃 등 지역사회가 구출한 실제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커뮤니티 자체의 방재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교훈으로 내세웠다. 마지막으로 주택 내진율 보강 등을 통한 재해에 강한 지역사회 만들기를 꼽았다.

효고현립 인간과 미래 방재센터 서관 4층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직후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을 디오라마로 생생하게 재현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반성과 교훈에서 나온 대책

효고현은 미흡했던 초동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현청 건물 인근에 연 면적 4천931㎡에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의 재해대책센터를 세웠다. 진도 7의 지진이 발생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철도·항만 등의 교통 시설과 상하수도와 전력·가스 공급 처리 시설 등 라이프라인이 단절된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든 것이다. 재해대책 담당 공무원들이 초기 대응에 잘 응할 수 있도록 도보로 5분 걸리는 곳 3곳과 30분 걸리는 곳 1곳 등 77개의 재해대기 숙소를 시내 곳곳에 마련했고, 재해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고 피해를 예측해 물자를 수급할 수 있는 피닉스 방재 시스템도 별도로 갖춰 효고현과 경찰, 소방, 자위대 등 309곳에 배치했다. 재해 대비와 관련해서도 간사이 지역의 광역방재거점인 미키종합방재공원을 비롯해 현 내 6곳에 담요와 식자재 등의 구호물자 비축 장고를 갖췄다.

방재 관련 기관 연계 강화를 위해서도 효고현과 소방, 경찰, 자위대, 전력회사와 가스회사 등의 라이프라인 관련 기관이 미키종합방재공원에서 매년 한 차례씩 실제 방재 훈련을 하고 있으며, 커뮤니티 자체의 방재 능력을 키우기 위해 지역 청년회나 부인회 등 자치회 단위로 자주 방재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재해에 강한 지역사회 만들기를 위해 공공용 건물뿐만 아니라 개인 주택에 대해서도 지원금 지급 등의 방법을 통해 내진율을 높이고 있으며, 1981년 변경된 내진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주택의 85.4%를 2015년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사카모토 마코토 방재기획국장은 “전국 2천4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중앙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한 끝에 ‘이재민생활재건지원법’을 제정할 수 있었고, 지진 등으로 주택에 완전히 파손된 경우 정부가 300만 엔을 지급하게 했다”면서 “매년 5천 엔을 낸 주민의 집이 재해로 무너지면 피닉스 공제조합에서 600만 엔을 지급하는 ‘효고현 주택재건 공제제도’도 만들었다. 모두 900만 엔의 주택 재건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 안목·도민 참여 필수

사카모토 마코토 방재기획국장은 “장기적 안목으로 재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경북도와 포항시에 제안했다. 특히 “계획 추진 중 부딪히는 단계별 극복과제는 도민, 비영리 민간단체, 도시 만들기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지만 서로 합의해 추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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