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등에서 얼어붙은 창문 냄새가 났을 때
나는 너의 등이 되었지
네가 뒤돌아보지 않는 등
불 꺼진 가로등
그칠까 눈이 그칠까?


너의 등에서 짓밟힌 눈사람 냄새가 났을 때
나는 너의 등뼈가 되었지
붉은 네 심장을 감싸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움츠린 등뼈


그건 세상의 모든 음표로 엮은 너와 나의 새장
하지만 새가 없는 새장
눈이 그칠까 눈이?


너의 등 냄새가 나의 내일보다 달콤했을 때
내가 너의 등뼈가 되었을 때
눈앞은 오직 눈만이 흩날리는 밤
다친 짐승의 피입김 피어오르는 동굴 같은
지금 너의 등엔 눈이 그쳤을까




감상) 네게서는 이끼냄새가 나 아무도 가보지 못한 심해의 동굴 같은 곳에 사는, 인류의 시작이나 멸망 같은 것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냄새. 나는 그게 이끼 냄새일 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 이제 너를 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네가 좀 익숙해졌으면 좋겠어.(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