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등도 모두 비구조재"···전문가들 "2차 피해 최소화해야"

포항지역의 지진후 첫 등교날인 20일 영신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학교 벽면에 지진으로 인한 균열이 생겨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지난 15일 규모 5.4 강진이 발생하면서 직격타를 맞은 포항시 북구 일대 건축물의 피해 유형에는 공통점이 있다.

낡은 벽돌과 대리석 외장재, 강화 유리 등이 떨어지거나 부서지면서 발생한 피해가 많았다는 점이다.

지진 발생 직후 한동대에선 건물 외벽에 부착한 벽돌이 쏟아져 내렸고, KTX 포항역에선 천장 구조물이 떨어지고 유리가 파손돼 한동안 출입을 제한했다.

흥해읍 한 빌라에선 건물 외벽 벽돌이 한꺼번에 떨어져 주차돼 있던 차량 10여 대를 덮쳤고, 장성동의 한 까페에서는 두께 1㎝가 넘는 강화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이처럼 장식용 마감재나 외벽 구조물의 추락으로 피해가 속출하면서 건물 내진 설계 외에 비구조재의 내진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벽 타일, 마감재, 유리, 칸막이 등 비구조재는 벽, 기둥, 바닥 등 건축물을 안전하게 지지하는 구조재가 아닌 2차 부재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내진 설계 되지 않은 비구조재의 파손이나 추락으로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진에 부서진 건물 유리나 외벽 마감재 등의 추락은 치명적인 위험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전체 사상자 10명 중 8명이 유리나 외벽 같은 비구조재가 떨어지면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신경재 경북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이번 포항 지진은 지각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이동하는 지진파형이 우세했다. 이는 고베 지진과 유사한 패턴으로 건물을 들었다 놓는 것과 같은 충격이 가해지면서 특히 건축물의 비구조재가 많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비구조재에 대한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설계 단계부터 이를 적용해 추가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포항시 북구 환호동의 한 빌라 외벽이 지진으로 무너져 내려 바닥에 벽돌이 쌓여 있다. 전문가들은 비구조재에 대한 내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관식 기자.
건물에 대한 내진 설계는 지난 1988년 도입돼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비구조재 안전을 확보할 내진 지표 등 관련 법령이나 안전 기준은 없다.

현행 건축법상 지진 등 진동과 충격에 대한 안전 확보 의무는 구조재에 한정돼 있다.

재난 상황 전파에 필수적인 전기 설비, 파손되면 불이 날 수 있는 가스 배관, 화재 초기 진압에 필요한 스프링클러 등도 모두 비구조재로 이에 대한 관련 규정 역시 없는 상태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진이 일어나면 전기 설비나 가스 배관의 경우 폭발, 합선 등 위험 요소가 다분하지만 이에 대한 기본적인 규정조차 없다. 지난해부터 소방시설 내진 설계 제도를 시행했듯이 비구조재에 대한 안전 기준을 마련해 2차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리의 경우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비산방지필름’정도만 부착하더라도 지진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다”며 “관계 당국은 기준 마련과 함께 홍보 활동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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