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준수 순회취재팀장
1995년 1월 17일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 효고현(兵庫縣) 고베시와 한신 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가옥이 밀집한 도심이 아예 폐허가 됐다. 리히터 규모 7.3, 진원 깊이 16㎞로 가옥 24만9천180채를 전파 또는 반파시켰고, 6천437명의 사망·행방불명자를 낳았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이라 부른다.

지난 6월 효고현 고베시 쥬오구에 있는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서관 4층의 ‘1·17영화관’에서 참혹한 그 날의 아픔을 대면할 수 있었다.

규모 5.8의 경주 대지진을 겪고 지진 방재 대책을 배우기 위해 찾아간 그곳에서다. 당시 사진과 디오라마 모형을 통해 참상을 다시 되새겼고,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천358개 사업에 16조3천억 엔을 쏟아부어 재해 전의 상태로 되돌려놓은 당당한 모습도 마주할 수 있었다.

규모 5.4의 위력이 우리를 덮친 지금, 다시금 효고현의 힘이 떠올랐다.

사카모토 마코토 방재기획국장이 강조하고 또 강조한 ‘이재민생활재건지원법’. ‘주택재건 공제제도’. 지진으로 터전을 잃은 우리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이재민생활재건지원법을 통해서는 지진 등으로 주택이 완전히 파손된 경우 정부로부터 300만 엔을 받을 수 있다. 주택제건 공제제도를 통해서는 매년 5천 엔만 내면 600만 엔을 지원받는다. 우리 돈 1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진으로 집이 파손됐을 때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우리는 현행법상 지진으로 인한 주택 전파와 관련된 복구지원금 상한액이 3천만 원이다. 국토교통부가 특별재해 지역으로 지정되면 전파 주택에는 4천800만 원에서 6천만 원, 반파 주택에는 2천400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주택 복구비 융자 한도를 확대해 빌려주겠다는 계획은 설상가상 중 다행이다.

사카모토 마코토 방재기획국장은 “개인 소유인 주택 복구를 국가가 지원해줄 필요가 없다는 개념이었다”며 “2천400만 명의 서명을 앞세워 중앙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해 이뤄낸 산물이 바로 이재민생활재건지원법”이라고 했다.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 도입이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효고현의‘재건 계획’도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진이 발생한 1995년 1월부터 6개월간을 ‘긴급·응급 대응기’(대피소 생활)로 정해 재해주민을 구조·구출해 피난소로 이동시킨 뒤 붕괴한 라이프라인(lifeline)을 조기에 복구하고 가설주택 4만8천 호를 건설했다. 1995년 8월부터 3년간은 ‘복구기’(가설주택 생활)로, 삶의 터전을 잃은 고령자와 가설주택 입주자를 지원하면서 피해 지역의 인프라와 주택, 산업의 조기 복구에 힘썼다. 1998년 4월부터는 ‘재건전기’(영구주택 전환)로 삼아 피해주민을 공영 영구주택으로 이전시킨 뒤 고용확보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했고, 2000년 4월부터는 ‘본격재건기’로 고령자 자립지원과 활기가 회복되지 않은 지역의 재생, 안심할 수 있는 안전사회 구축 등에 힘썼다.

“대지진 이후 22년이 지났는데도 고령자 자립문제와 커뮤니티의 활기를 되찾는 일을 큰 과제로 삼아 추진 중”이라는 사카모토 마코토 방재기획국장에게 존경의 인사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9.9조 엔이라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준 대지진을 거뜬히 이겨낸 그들의 힘이다.
배준수 순회취재팀장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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