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 등 바다 매립지서 발생하는 현상과 달라"
유인창 경북대 교수 인터뷰···"공포심 조장 경계해야"

▲ 20일 지진으로 인한 액상화 현상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의 한 논에서 기상청 관계자가 시추장비로 채취한 토질시료를 정리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정부가 포항 지진 진앙지에서 발생한 액상화 현상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가운데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인창 경북대학교 지질학과 교수는 경북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액상화 현상은 지진과 동반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경주 지진 때도 발생했지만, 문제가 되진 않았다”면서 “너무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항 흥해에서 발생한 현상은 엄밀히 말하면 ‘지진에 의한 지표 파열’로 지하수가 솟구쳐 발생한 문제다”면서 “흔히 부산, 울산 등과 같이 바다를 덮어 만든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액상화 현상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이번 경우 지하수를 잘 배수시키기만 해도 지하수 압력이 떨어져 원래대로 회복될 수 있다”면서 “이 외에도 지반보강이나 토양보강으로 액상화 현상을 막을 방법이 많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현상이 얼마나 넓은 범위에 발생했는지에 대한 조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진앙지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땅이 물처럼 변하는 액상화 현상이 곳곳에 관측됐다.
19일 액상화 현상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천리 인근 논에서 부산대학교 손문 교수팀 소속 지질 전문가들이 샌드볼케이노 현상을 조사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한국지질자원원구원 현장조사팀에 의해 모래 분출구와 진흙 분출구 30여 개가 발견된 것.

일본 학계에서 나온 용어로 알려진 액상화 현상은 토양과 물이 섞여 있던 퇴적층이 지진으로 충격을 받으며 흔들리고 분리되면서 지반이 순간적으로 액체상태처럼 변하는 것을 뜻한다.

액상화 현상을 제일 처음 발견한 경재복 한국교원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반경 2~3km 안에 있는 지층들은 이런 액상화 현상을 겪었다고 보는데 다른 지역은 좀 더 넓은 범위를 확인을 해봐야 한다”면서 “반경 안에 건물과 주택도 있는 데 아스팔트로 덮여있어 액상화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부산대 손문 교수팀도 “액상화가 발생하면 지표면 위 건물이 일시적으로 물 위에 떠 있는 상태가 된다”며 “기울어진 포항의 대성아파트처럼 많은 건물이 액상화 영향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액상화 현상이 발견 후 일각에서는 건물 붕괴위험까지 제기할 정도로 위험성이 지나치게 부각 돼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19일 액상화 현상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천리 인근 논에서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손문 교수가 샌드볼케이노 현상을 조사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여진이 무서워 대피소 생활은 하는 박모(47·여)씨는 “땅이 물처럼 변했다는 데 걱정돼 죽겠다”면서 “정부에서 하루라도 빨리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해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용식 국토지질연구본부 지질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땅속에 있는 퇴적물 내용이 다르므로 액상화가 나타난 반경 5.5㎞ 안 모든 지역이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하지만 만약에 대비해 지하시설물 안정성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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