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四川)성은 말 그대로 네 개의 하천이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약 200만 년 전 인류 활동이 시작됐고, 2만5천 년 전 문명이 출현하기 시작한 ‘삼성퇴 문명’의 발상지다. 삼국지의 유비가 쓰촨성 청두에서 제위에 올라 촉한의 역사를 열었다.

이 쓰촨성에서 지난 2008년 7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실종도 1만8천 명이나 됐으며 37만여 명이 부상한 대지진이 일어났다. 5년 뒤인 2013년에도 규모 7일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또 죽거나 실종된 사람이 200명을 넘었고, 부상자도 1만2천여 명이나 됐다. 더구나 두 번의 지진으로 아들과 딸을 차례로 잃은 사람의 사연이 외신을 타고 전해져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연이은 쓰촨 대지진 이후 이 지역 사람 대부분이 엄청난 지진 후유증을 겪었다. 작은 소리나 진동에도 깜짝깜짝 놀라 신경이 곤두서고, 가끔 씩 속이 메스꺼운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때로는 근육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같은 지진 후유증은 사람들만 겪은 것이 아니었다. 중국의 상징동물 판다도 마찬가지였다. 쓰촨지진 현장에서 구조된 멸종위기의 자이언트 판다 한 마리가 구조대의 다리를 부둥켜안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이 전파를 타 안타까움을 더했다. 

포항에 규모 5.4 강진이 발생한 이후 1주일째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옆방의 문이 덜컹 닫히거나, 한밤 휴대전화 진동만 울려도 화들짝 놀라게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추운 밤에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가족과 함께 운동장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사람도 있고, 방에서도 신발을 신은 채 잠자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지진과 같은 큰 재해를 당하면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지진 트라우마 증상이 3일 이상 되면 급성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 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본다. 트라우마로 인한 급성스트레스 장애는 보통사람에게는 정상적인 반응이어서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지속 되거나 심각하다고 생각되면 전문의를 찾아가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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