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이재민 심리상담 진행···두통·어지럼증·수면장애 토로·잇단 여진에 불안감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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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발생 일주일째인 21일 오전 2.0 규모의 여진이 세차례 발생한 가운데 경북 포항 흥해읍 남산초등학교 대피소에서 한 이재민이 자녀를 꼭 끌어안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gnbuk.com
“흔들리는 느낌만 나도 지진인가 싶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놀라다 보니 이제는 내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지난 15일 규모 5.4 강진이 포항을 덮친 후 1주일 째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주민은 갈수록 늘고 있다.

21일 포항시 재난종합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진 이후 흥해남산초, 흥해공고 등 8곳의 대피소에서 심리상담을 진행한 결과 불안증세와 피로감, 우울, 기억력 장애 등을 호소하는 주민이 줄을 잇고 있다.

김종택 포항의료원 공공의료 사업팀장은 “흥해남성초에 의료지원팀을 꾸렸는데 하루 평균 100명에서 150명 정도의 이재민이 찾아와 고통을 호소한다”면서 “주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장모(40·여)씨는 “조금만 울렁거려도 지진이 온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린다”면서 “어두워 진 후에 땅이 흔들린 느낌을 받은 후엔 다음날 새벽 3시~4시까지는 좀처럼 잠이 안 온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지진 이후 땅이 흔들리지 않는데도 흔들리는 느낌을 계속 느끼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면서 이런 불안감으로 인해 생긴 두통, 소화불량, 수면장애, 혈압장애 등을 토로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상담을 받지 않는 주민들도 불안감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다.

용흥동에 거주하는 안모(56·여)는 “옆 사람 휴대폰에서 울리는 진동에도 벌떡 일어난다”면서 “지진 이후에는 휴대폰을 진동상태로 두질 못하고 있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특히 지난 19일 밤부터 20일 새벽 사이 규모 3.5 이상의 강도 높은 여진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 커졌다.

북구 우현동에 사는 김모(34)씨는 “고층 아파트에 살다 보니 큰 여진이 생겼을 때 대피할 겨를도 없어 무력한 느낌이었다”면서 “밤 사이 또 다시 지진이 발생할 까 걱정돼 집에 선뜻 들어가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다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포항시북구보건소 관계자는 “지진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누구나 똑같이 경험하게 되는 불안감”이라면서 “주변 사람들과 서로 불안감을 이해하면 고통을 극복하는 것도 쉬워진다”고 조언했다.

김종택 포항의료원 공공의료 사업팀장은 “주민들이 안정을 찾으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면서 “같은 마을 주민끼리 모여 또래 집단을 형성해 교류하면서 점차 심리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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