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일시인.jpg
▲ 배연일 경안신학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시인
신문과 방송이 쓰는 언어를 보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정말 한두 번이 아니다. 한 예로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은 ‘부인(婦人)’인데 어느 땐가부터 신문과 방송에서 ‘부인’이라는 말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우리가 알거니와 아내라는 호칭은 자기 배우자를 지칭할 때나 쓰는 말이다. 그런데도 신문과 방송(진행자나 출연자 상당수)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남의 아내를 ‘부인’이라고 하지 않고, ‘아내’ 또는 ‘아내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차로(車路)를 차선(車線)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잘못된 표현이다. 이를테면 ‘1차선이 작업 중이다.’, ‘추월선으로 달린다.’라고 말하는데, 이때는 ‘1차선’과 ‘추월선’을 ‘1차로’와 ‘추월로’라고 해야 어법에 맞다. 왜냐하면, 차선은 1차로 2차로 등을 구별하기 위해 그어놓은 선일 뿐이며 차는 차로(車路)로 가는 것이지 차선으로 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신문과 방송은 아직도 자폐증(또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라고 잘못 쓰고 있다. 장애(障碍)는 앓고 있는 게 아니라 가진 것이다. 따라서 ‘앓고 있다’가 아니라 ‘가진 것’이라고 써야 옳다.

한편 ‘달걀’이라는 우리말을 두고 어떤 언론에서는 자꾸만 한자어인 ‘계란’이라고 쓰며, 모임(만남)이라고 하면 될 것을 역시 어려운 한자어인 ‘회동(會同)’을 쓰고 있다. 회동은 어려운 한자어에 해당하므로 국립국어원에서 이미 오래전에 ‘모임(만남)’으로 순화해서 쓰기로 했는데도 신문과 방송은 여전히 이 말을 고집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말로 해도 얼마든지 뜻이 통하는 데 TV의 각종 프로그램 진행자나 출연자들이 외국어나 외래어를 남용하는 건 정말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

예컨대 사실(진상)이라고 하면 될 것을 ‘팩트’, 청사진(미래상)을 ‘로드맵’, 구도를 ‘프레임’, 정보를 ‘팁(tip)’, 위험(위험성)을 ‘리스크’, 다 걸기를 ‘올인’, 치유를 ‘힐링’, 주인(소유주, 사주)을 ‘오너’, 뒷돈을 ‘리베이트’, 보살핌(관리)을 ‘케어’, 논평 보류(답변 불가)를 ‘노 코멘트’, 단순하다(간단하다)를 ‘심플하다’, 말씨(단어 선택, 자구)를 ‘워딩’, 주요어(핵심어)를 ‘키워드’, 발언(해설, 논평)을 ‘멘트’, 마음(생각)을 ‘마인드’, 점검을 ‘체크’, 야외 활동복(야외)을 ‘아웃도어’, 상품명(상표)을 ‘브랜드’, 이윤(이익, 중간이윤)을 ‘마진’, 혼잡시간대를 ‘러시아워’, 차림표를 ‘메뉴’, 차 마시는 시간을 ‘티 타임’, 요리 명장(조리사)을 ‘셰프’, 사진 찍기 좋은 곳을 ‘포토존’, 한국 제외(소외, 배제)를 ‘코리아 패싱’으로 쓰는 게 바로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코리아 패싱’은 영어 어법에도 맞지 않는 말이다.

아무튼, 올바른 언어사용을 위해 영향력이 큰 언론부터 언어 구사에 좀 더 신경을 써주기를 간곡히 바라마지 않는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