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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순 중원대학교 교수
국제사회를 긴장의 연속으로 몰고 가던 북·미간의 갈등이 2개월째 조용하다. 한때 양측의 말 전쟁(word war)이 그야말로 실전으로 나타날 것처럼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그런데 9월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미국의 호전광들에게 사상 최고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한 이후 조용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도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비난한 수준이었다. 그것도 트럼프에 대한 직접적인 비방은 없었다. 트럼프의 방한 시점에 맞추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미 핵 추진 항공모함 3척이 공동훈련을 했지만, 북한은 반응은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 방한 시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용한 편이다. 2014년 오바마 방한 때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 국방위 대변인 성명, 외무성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서 즉각적이고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 북한과 미국이 물밑 접촉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면서 탐색전에 돌입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양측이 서로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8월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 대화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언급했다. 지금은 상당한 수준의 전진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아가 트럼프는 지난 12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직후에 ‘북한 김정은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미국은 강온 양면을 구사하면서 북한의 반응을 지켜봤고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신호를 보냈다. 사실 북한의 입장에서도 현 상황을 악화시킬 경우 북·미관계가 완전히 적대적 관계로 변할 수 있다. 이후 트럼프의 다음 수순을 가늠하기 힘들지 모른다. 미 틸러슨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후 경제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이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 정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트럼프와 회담에서 인정했다는 전언이 있다. 이런 사실을 보면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이 중국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일까? 지난 17일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 중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20일까지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쑹타오 특사와 북한의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만나 북·중 양국의 전통적인 우방 관계를 꾸준히 발전해 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는 정도에서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특사방문에서 나올 수 있는 의례적인 수준의 발언이다.

중국 특사는 무엇인가 메시지를 가지고 움직였을 것이다. 미국의 지속적으로 중국을 통한 우회적인 대북압박 요구를 중국이 외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특사 파견을 통한 미국의 뜻을 전달했을 수 있고 북한은 그것이 불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중국 관영 매체가 이번 특사의 목적을 밝혔다. 지난 10월 18일에 있었던 중국 19차 당 대회에 대한 결과를 알리는 것이 특사의 파견 목적이라고 친절하게 보도했다.

북한이 핵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밝힐 시점이 다가오는 것 같다. 중국조차도 북핵에 대해서 미국과 보조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북한이 핵을 통해 경제를 개선하고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벅찬 상황까지 오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미국과의 대화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역시 북한을 국제적 룰 속으로 끌어들여 동북아시아의 평화 확보가 절박하다. 그래서 북미의 대화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지금은 서로 대화를 통해 자신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극대화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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