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라지는 방향을 오래도록 지켜본다

집을 떠나와 바람으로 구름으로 몸부림을 친 시간이
그토록 가볍구나

하늘과 땅의 신도 쉰다는 윤달에
흔들의자에 앉아 눈을 감는다

모르는 귀들이 잘려나갔다는 소식을 듣고도
나는 자주 수전증을 앓았다

꽃이라도 피었으면 좋겠다

별자리를 찾는 여행은 계속되겠지
내가 사라진 곳에서부터

지금 이곳에 없는 사람처럼
저물도록 흐리고

처음 보는 문이 열리고 닫힌다

화장터에서 몸을 태운다
우는 이도 없이 조용하다





감상) 눈이 올 듯 하늘이 뿌옇다. 아직 내리지기도 전의 눈송이 속에서 언젠가 보았던 누군가의 뒷모습을 본다. 내가 그를 언제 안 적이 있었던가. 그의 추억 속에 내가 들어간 적이 있었던가. 눈은 아직 안 오고 어느 구름 위 눈이 가득 쌓여 있을 것만 같은 오후, 나는 누구에게로 가는 중일까.(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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