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희씨 제4회 경북일보문학대전 은상

유병수작
좀 전까지도 아무렇지 않던 이가

들이댄 거짓말 탐지기에 쏙 뽑혀 나왔다

변명할 틈 없던 입이 벙어리장갑처럼 불룩해졌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사랑 한번 하지 못한 죄

결백을 주장하기엔 너무 늦었다



내 몸에 싱크홀 하나 생겼다

뿌리 뽑힌 나무의 구덩이

이장을 한 구멍 같기도 하고

숭숭 뚫린 골다공 같기도 하다



실뿌리 끝에서 뽑아 올린 수액이 말라가는 동안

함박눈 내리던 정월 초닷새

훌쩍 떠난 아버지가 욱신거린다



부식된 뿌리를 감추고 살았을 아버지

탐지기를 들이대기도 전 쓰러져버린 고사목은

빠르게 허물어지는 어둠처럼 깎여나갔다

마취 풀리자 통증으로 피어나는 구멍

무너진 한쪽 언저리를 끝내 실토할 수 없다



▲ 유영희
약력

· 1963년 당진출생

· 명지대문화예술대학원 문창과 석사 졸업

· 파주문인협회 회원, 경의선문학회 사무국장

· 황희정승 전국백일장 시 우수

· 경기도 여성기예경진대회 시 최우수

·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은상 외 다수


당선소감

“글을 쓸 때마다 더 많이 생각하고 깊게 관찰하겠습니다”

온갖 천연색을 화사하게 풀어내는 가을산은 또 한해가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는 조바심으로 바뀌어 해마다 저를 괴롭히곤 했습니다. 딱 이맘때 가을 앓이 증세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요즘, 뜻밖에 날아든 반가운 소식에 이번 가을은 유난히 따뜻할 것 같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창작은 참 어려운거라는 걸 배우고 또 배웁니다. 더 많이 생각하고 깊게 관찰하겠습니다.

그동안 디딤돌이 되어주신 여러 교수님들과 동문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앞으로 더 행복한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부족한 작품에 힘을 실어 주신 심사위원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글 쓰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가족들, 사랑합니다. 축제의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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