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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 닷새째인 지난 19일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에 가족용 텐트가 설치됐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지난 15일 포항에는 규모 5.5 지진이 발생해 담벼락이 무너지거나 외벽 자재가 떨어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1년 전인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경주지진과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지진 발생 1주일을 맞아 경북일보는 1년 전 발생한 경주 지진에서 정부가 어떤 대응력을 길렀고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살펴봤다.

△긴급재난문자

지난해에는 지진이 발생하고도 9분 후에야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지진을 느끼고 한참을 두려움에 떨던 중 온 재난 문자는 시민들은 분노케 했고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반면 이번 포항지진은 경주지진의 교훈으로 비교적 빠르게 지진경보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시간은 오후 2시 29분 34초.

기상청은 발생 19초 만에 ‘조기경보’를 내리고 4초 후엔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해 서울 등 일부 지역은 지진파가 도착하기 전 재난 상황을 알 수 있었다.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재난문자 시스템을 경주지진을 계기로 자동화한 효과였다.

△현장 확인 후 대책 결정…수능 시험 연기

경주 지진 당시 공식적인 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지진 다음 날에야 황교안 국무총리 등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 등이 현장을 방문했다.

반면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오후 2시 43분에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 1단계를 가동했고 오후 6시 10분 헬기를 이용해 포항을 직접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김 장관이 피해현장을 돌아보며 학부모의 항의와 학생들 모습을 확인하고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올려 신속하게 수능 연기 결정이 났다.

△여진 횟수

국내 지진 관측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 5.4 지진 발생 일주일째인 22일 현재까지 포항에서 2.0 이상의 여진은 총 62회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발생한 여진은 22일 낮 12시 41분 46초께 포항시 북구 북북서쪽 6㎞ 지역에서 일어난 규모 2.5 지진이다.

직전 여진은 전날 오전 9시 53분 1초에 발생한 규모 2.4 지진으로 약 27시간 가까이 시차가 났다.

반면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 본진 발생 이후 일주일째까지 규모 2.0 이상 여진은 모두 106차례 발생했다.

발생 일주일 동안 규모 3.0 이상의 여진은 포항에서는 6번, 경주에서는 12번 있었다.

포항 지역의 여진 횟수는 경주 지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적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규모 2.0 안팎의 소규모 여진이 꾸준히 발생해 지각층에 쌓인 응력을 해소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면서도 여진 횟수 비교 등을 근거로 추가 발생 가능성이나 패턴 등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다만 전체 여진 횟수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일반적으로 여진은 앞서 일어난 본진의 규모가 클수록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을 띤다”며 “5.4 규모인 포항지진은 규모 5.8의 경주지진에 비해 에너지양이 약 4분의 1 가량에 불과해 전체 여진 횟수도 경주 지진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에 따른 여진은 지난 9일까지 1년 2개월여간 640차례나 이어졌다.

△대피소 가림막

포항시는 지난 18일 이재민 대피소로 사용되는 기쁨의 교회에 사생활 보호용 칸막이를 설치했다.

흥해 실내체육관도 이재민을 분산 배치 사이 내부 청소 후 이재민들이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텐트를 치고 20일부터 이재민 대피소 운영을 다시 시작했다.

또 이재민들에게 출입증을 배부하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면서 대피생활에 따른 피로감을 줄였다.

넓은 강당에 이재민들이 칸막이 없이 생활하며 불편함을 겪었던 이전과는 달라진 점이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정부는 지난 20일 포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복구비 중 지방비 부담액 64.5%를 국고에서 추가 지원키로 했다.

또 통신·전기요금을 감면하고 건강보험료 경감, 동원훈련 면제 등 6개 항목에 대한 간접지원에 나섰다.

지진이 발생한 지 닷새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경주 지진 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까지 열흘 걸렸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빠른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대피소 내진 설계는 아쉬워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 당시에도 대피소 상당수가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것이 드러났지만 1년이 지난 포항 지진에도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이번 포항 지진으로 발생한 이재민들은 그동안 흥해실내체육관을 비롯해 8~9개 대피소에 분산 수용됐으나 상당수 대피소가 내진 설계가 안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민이 가장 많이 수용됐던 흥해실내체육관은 2003년 4월 준공됐지만, 당시 내진 설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인근 흥해공고·남산초등의 실내 체육관과 대강당도 내진 설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내진 설계가 된 대피소가 없어 안전진단을 한 결과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된 체육관과 강당 등을 대피소로 사용하는 실정이지만 강한 여진이 오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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