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밝은 분위기속 선전 다짐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면서 일주일 만인 22일 오후 2시 포항여자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두 번째 예비소집이 열렸다. 김재원 기자 jwkim@kyongbuk.com
“지진이 나면 누구 말을 들어야 한다고요?” “감독관이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면서 일주일 만인 22일 오후 2시 포항여자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두 번째 예비소집은 예상과 달리 밝은 분위기였다.

규모 5.4 지진이 포항에서 발생한 지난 15일 예비소집 중 사색이 돼 강당을 뛰쳐나온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수능 시험이 미뤄진 일주일 간 지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린 듯 했다.

삼삼오오 모여 “수능 화이팅” 을 외치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이채영(18) 학생은 “지난주에는 놀란 친구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원래대로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 여파로 연기된 2018년도 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험생들은 각자 수능 예비소집 장소를 찾았다.

이날 전국 84개 시험지구, 1천180개 시험장에서 수험생 예비소집이 한 번 더 열렸다.

지진이 일어난 포항에서 시험을 치는 학생 6천 98명도 예비소집일을 맞아 각오를 다졌다.

진원에서 가까운 포항고, 포항여고, 대동고, 장성고는 남구에 있는 제철중, 이동중, 포은중, 오천고로 시험장소가 변경되면서 이날 4개 학교 2천 45명의 수험생들은 수험표를 받아들고 각기 다른 방법으로 시험장을 확인했다.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고사장 시험실과 자리배치가 바뀐 곳도 있었지만 학생들은 “고사장 변경에 따른 부담감은 크지 않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자연재해인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된 수험생들은 어느 때보다 낯선 경험이었다.

포항여고 수험장을 찾은 서모(18)양은 “이제 시험에서 해방된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이나 수능이 연기되서 당황스러웠다”면서 “그래도 그만큼 시간이 더 주어졌으니 후회 없는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예비소집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지진 대피 요령이었다.

엄기복 포항여고 교사는 학생들을 상대로 수능 지진 대처 단계별 행동 요령을 설명하며 “시험 도중 지진을 느끼면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라”고 당부했다.

대부분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진 대피 요령을 들었고 인터넷에서도 찾아봤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학생들은 무조건 감독관 지시에 따르라는 설명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다.

정모(18)양은 “지진 행동 요령을 알고는 있지만 가, 나, 다 단계 기준을 잘 모르겠다”면서 “감독관만 믿어도 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지원(18)학생은 “시험이 끝나는 4시 32분까지 아무 일도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면서 “혹시 지진이 나더라도 다들 무사히 시험을 치길 바란다”고 친구들을 응원했다.

백상준 포항여고 3학년 부장교사는 “지진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놀라고 혼란스러워 했는데 지진 없이 무사히 시험을 마쳤으면 좋겠다”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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