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성일 편집 부국장
한반도 동쪽 끝 포항의 지축이 흔들렸다.

누구도 초대하지 않았던 지진이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께 포항의 땅을 흔들면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진은 포항을 중심으로 전국을 뒤흔들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지진은 재앙이었다. 흥해읍 용천리에서 시작된 지진은 포항지역 곳곳을 흔들면서 평온한 일상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진앙지에서 가까운 흥해 대성아파트가 기울어진 것을 비롯해 곳곳에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다.

갑자기 닥친 재앙에 피해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그저 대책 없이 하늘만 쳐다볼 뿐이었다.

거의 맨몸으로 집을 뛰쳐나와 1주일이 넘도록 맨바닥인 흥해실내체육관 등 대피소에서 불편과 추위와 싸우면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수능도 1주일 연기됐다.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혼란 속에서도 포항시와 중앙정부의 초동대처는 빛났다. 발 빠른 재난 대응이 피해 주민들에게 신뢰를 주면서 혼란을 견디게 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즉각적인 현장방문은 지금껏 재난대응과는 차별되는 대응을 보여줬다.

포항시민들도 놀랍도록 차분한 일상을 유지하며 재난에 대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강덕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지진 극복 노력은 헌신적이다. 이 시장은 스스로 월급을 반납해 거금의 성금을 내고, 공무원들과 함께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자, 온정의 물결은 전국에서 밀물처럼 말려오고 있다. 이번 지진은 전국에서 감지된 최초의 지진이어서 자연스럽게 지진위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수능이 끝난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지진현장인 포항을 찾는다.

지난 대통령선거 기간에도 포항을 방문해 주민들과 소통을 한 경험이 있다.

오늘도 서울에서 천 리 길인 머나먼 포항을 방문한다. 아마도 포항이 멀고도 먼 교통오지라는 사실을 매번 실감할 것이다.

국민 대부분은 포항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어서 속칭 ‘형님예산’으로 도시가 몰라보게 변화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된 줄 알고 있다. 그래서 포항은 비단과 황금으로 치장될 만큼 화려한 도시가 된 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포항을 찾아와보면 이내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깨닫고 의아해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포항은 큰 변함이 없다. 포항은 대통령을 배출한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특수는커녕 이 전 대통령에게 돌아가는 비난을 감수하는 오명만 떠안았다.

교통 인프라는 전국에서 꼴찌 수준이다. 한반도에서 철도가 없는 곳은 경북 동해안이 유일하다.

포항을 찾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포항의 현실을 알아야 한다. 지진 현장을 방문한다고 해서 눈과 귀를 지진에만 한정해선 안 된다.

포항이 어떤 도시인지를 알고 방문을 해야 한다. 포항은 ‘산업의 쌀’인 철강을 생산하며 조국 근대화를 이끈 상징적인 도시임을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은 포항의 역사와 당면 현안에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단순히 지진 현장을 둘러 보는 근시안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조국 근대화를 이끈 포항시가 다시 세계로 웅비하는 도시가 될 가능성에 시선을 둬야 한다.

웅장한 포스코가 여전히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어 포항은 아직도 경제 발전 주역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포항의 교통인프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러한데 울산과 포항 간 고속도로와 포항과 영덕 간 이어지는 동해안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영일만 대교 건설’이 대형건설사업이라고 외면받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포항은 철도와 항만을 기점으로 해양과 대륙으로 향하는 시발점이다.

북핵 해결로 북한과 교류가 시작되면 동해안 철도는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거대한 물류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또 해양을 향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일만항을 하루빨리 활성화 시켜야 한다. 영일만항은 개항 이래 지금까지 물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 차원의 활성화 대책이 강구돼야 하는 이유다.

철도와 바다가 열리면 포항은 제2의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선도하는 중심도시 역할을 기꺼이 감당할 것이다.

특히 포항은 국가의 미래 먹거리인 최첨단 과학산업의 보고다. 세계에서 3번째 건설된 제4세대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한 신약개발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 수조 원의 신약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또 자연경관이 수려해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창작무대인 청하 내연산과 원진국사와 원효대사의 숨결이 머무는 천년고찰 보경사와 오어사도 자리 잡고 있다. 거기에다가 호미 반도 둘레길 등 그림 같은 동해안 절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을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발전시키는 큰 그림을 포항에서 그리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포항의 잠재력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발견해 경제 강국의 해법을 포항 방문에서 찾기를 기대한다.

곽성일 편집 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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