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당초 지진 발생 직후 포항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지진 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된 데다 복구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방문을 미루다 이날 현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포항여고를 방문해 교실에서 수험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정부에서도 수능을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다”면서 “포항 학생들의 안전과 공정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연기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지진에 안전하지 못하고 포항·경주·울산 등 동남권이 특히 취약한데, 활성단층이 여러 개 있다는 게 확인되기 때문에 이를 빨리 확인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학교 시설을 비롯해 지진에 취약한 내진 설계도 보강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열심히 노력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진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대성아파트 현장을 둘러본 후 이재민들이 모인 흥해체육관을 찾아 시민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재민들의 고충과 민원을 일일이 들으면서 거주 안정과 근본적인 지진 대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거처를 잃은 이재민들에게 “안전진단을 해서 계속 거주하기 힘든 건축물은 하루빨리 철거하고 이주할 집을 빨리 마련해 드리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어 흥해실내체육관에 거주 중인 이재민 김홍제 씨는 “대통령 오셨다고 해서 한 달 걸릴 일이 하루 만에 해결될 건 아니니 절차와 과정을 기다려야죠. 기다리면 해결해주시겠죠”라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자원봉사자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자원봉사를 위해 체육관을 찾은 이모(48·여)씨는 “대통령의 방문에 깜짝 놀랐다”면서 “이재민들뿐만 아니라 봉사자들도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던 중 “지진으로 피해 입은 걸 어디에 얘기해야 하고 어떻게 하실거냐”는 한 시민의 돌발질문에 걸음을 멈춰 “계속 보고를 받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두호동 주민인 김은주 씨는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가 다르다”면서 “너무 믿음직스럽다”며 응원했다.
작은 소동도 있었다.
일정상 빠르게 체육관을 나서던 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한 이재민이 그를 제지하는 포항시청 공무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얼굴 주위를 가격해 경찰이 이재민 신모(59)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연행했다.
신씨는 연행되는 과정에서 “주택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는데 나를 체포해간다”고 소리 지르며 저항하기도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재민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밥차에서 점심을 먹고 이재민들이 입주한 LH 입주주택을 방문해 주민들을 격려하며 시설을 둘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