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말에도 겁을 먹었어 무수하게 취소된 말들이 비로 내렸어 비가 시체를 건너뛰었어 시체가 웃음을 터트렸어 달콤한 것들이 얼마나 짠지 계속 물을 들이켜야 했어 갈증이 비를 취소했어 저 비를 잊어버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만 기억이 났어 엄마를 때렸어 잘못했어와 미안해를 구분하지 못했어 모르는 걸 아는 것보다 모르지 않는 걸 아는 것이 더 어려웠어 사면이 예리한 유리와 춤을 추는 동안 붉게 지는 해가 아름다웠어




감상) 일주일 동안 입은 팬티를 모아 널고 일주일 동안 먹은 공기를 토해내고 일주일 동안 발랐던 슬픔을 닦아내면 관 뚜껑도 닫지 않고 묻어버린 무덤에 대한 꿈 누구였더라, 본 적도 없는 누군가를 일주일 내내 생각하고 그를 그리워하는 사이 하루가 가고 나는 그 무덤을 다시 찾으려고 자꾸만 커튼을 치고….(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