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개정 작업이 제동이 걸리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인 이른바 ‘3·5·10’ 규정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개정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해 왔으나 사실상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의 의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7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28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전날 전원위원회에서 부결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29일로 예정했던 ‘청탁금지법 대국민 보고대회’는 이번 주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8일 업무보고 때 “청탁금지법에 대한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을 다 포함하고 특히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분석하고 평가해달라”고 지시함에 따라 11월 말 또는 12월 초 보고대회를 준비해 왔다.

청탁금지법은 불과 1년여 만에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부정한 청탁과 접대 문화에 변화를 가져온 반면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특히 화훼와 한우 농가 등 농수축산물 분야 매출이 크게 줄어 타격을 받은 것은 대체로 인정하는 부분이다. 권익위가 선물 상한액을 농수축산물에 한해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리려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경조사비는 그 반대로 한도를 10만 원으로 정해 일반 직장인 등의 부담을 가중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권익위 개정안에 대해 한우 농가와 구제 대상에서 빠진 외식업체나 공산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도 불만이다. 하지만 구제 범위를 넓혔다가는 청탁금지법의 기본 틀마저 흔들 위험이 있어 권익위의 고민도 그만큼 깊었을 것 같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과 별도로, 설과 추석 등 명절에 주고받는 선물은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청탁금지법 적용 제외 대상을 규정한 8조3항의 사회 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의 범위에 설과 추석 등 명절에 주고받는 선물을 포함하자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의 틀을 바꾸는 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4명꼴로 청탁금지법을 지금처럼 유지하거나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은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농산물에 대한 소비 활성화라는 현실에 대한 요구는 개정 시 반영됐으면 한다. 불가피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