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지 않은 생활 형편·의사소통 문제가 빚은 다문화가정의 비극

영양경찰서는 지난 26일 시어머니 B씨(85)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출신 A씨(33)를 구속했다.

2006년 20대 초반이던 베트남 출신 A씨는 40대 중반 남편을 만나 결혼이민을 왔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남편과 시어머니, 현재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유치원생이 된 3명의 자녀까지 낳을 만큼 부부 관계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2013년 남편이 폐암으로 사망하면서 불행은 시작됐다.

A씨는 가장의 죽음으로 당장 일을 해야만 했지만, 능숙하지 않은 한국어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 안 돼 취직조차 하지 못하고, 시어머니의 고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 지원금·다문화가정 지원금 등으로 어렵게 살아야 했다.

평소 85살의 시어머니는 어린 손자 3명까지 돌보면서 텃밭에 농사를 짓는 등 실질적 가장 역할을 했지만, A씨는 농사일조차 거들지도 않았고 스마트폰 게임을 자주해 고부간 갈등이 심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하고 있다.

고부간 잦은 갈등은 지난 16일 폭발했다. 스마트폰 게임을 자주하는 A씨가 이날도 스마트폰 게임을 하자 이를 본 시어머니는 살림도 어려운데 며느리가 쓸데없이 다른 곳에 계속 전화를 건다고 의심해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경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화가 난 A씨는 시어머니가 잠이 든 이 날 오전 1시 20분쯤 목을 졸랐고, 시어머니가 반항하며 몸싸움까지 했지만 키 165㎝의 덩치가 큰 며느리 A씨를 150㎝가량으로 왜소한 B씨가 이길 수 없었다.

싸우는 소리에 옆 방에서 잠자던 3명의 아이들까지 깼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엌에서 두께 약 5㎝의 도마를 가져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머리를 내리쳤다. 시어머니가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다시 도망치다 쓰러지자 쫓아가 두 차례나 돌로 내리쳤다.

결국 100m가량 떨어진 농로에 돌려 때려 숨진 시어머니 시신을 돌과 풀로 숨겼으며, 잔혹한 범행 뒤 집안 이불에 묻은 시어머니 혈흔은 세탁해 없애고, 집에서 농로 사이에 떨어져 있는 피도 모래 같은 것으로 덮어 없앤 다음 태연하게 사흘을 보냈다.

인근에 사는 시동생이 찾아와 시어머니의 행방을 묻자 ‘모른다’고 태연하게 거짓말까지 했으며, 할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들도 엄마인 A씨가 잡혀가면 버려질 것을 우려해 경찰의 수사가 있기 전까지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남편의 동생들이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자 19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은 B씨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다음날인 20일 아침 A씨의 시동생이 집 주변을 찾아보다가 집 인근 농로에서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결국 들통이 났다.

이번 사건의 갈등의 원인이 됐던 A씨의 스마트폰은 시어머니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80대의 시어머니와 30대의 며느리 사이 문화의 차이에다 세대 간 갈등으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처음 범행을 부인하던 A씨가 계속 추궁을 하자, 스트레스 등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을 했다"고 말했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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