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규만 국제재난관리사·박사
행정안전부는 우리나라 재난관리 총괄기관으로서 화재와 풍수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각 지방정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지진은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재난관리 대상으로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항시 흥해읍에서 최근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이 남송리에 위치한 지열발전소 혹은 수압파쇄와 연계 유무에 대하여 TV를 통하여 여러 가지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질학회를 포함한 관련학회에서는 긴급포럼을 열고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상관관계를 토론하였다. 어떤 학자는 상관성은 있지만, 정답은 아니라고 하였다. 또 다른 학자는 후쿠시마 지진이 포항지진의 더욱 큰 원인이라고 하였다.

포럼 내용을 요약하면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는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 명확한 인과관계를 위해서는 향후 진보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향후 연구가 기약이 없다는 것이다.

세미나 개최 혹은 포럼 개최는 재난관리 4단계 중 재난경감(mitigation)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재난경감은 재난예보의 기능과 비슷하게 향후에 생기는 지진의 충격 혹은 리스크(risk)를 감소시킬 수 있다.

재난관리의 또 다른 원칙 중 하나는 재난경감 활동에 모든 관계자를 참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전술된 긴급포럼과는 달리 학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지열 발전소 관계자, 지역대학 지진전공자, 재난관리자 등을 참석시켰으면 더욱 유용했을 것이다.

즉, 학계로만 포항지진을 모두 설명하기는 태부족이다. 우리나라 학계는 경주지진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지진용도로 땅 밑을 파서 조사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학계에서 발표하는 활성단층 숫자는 변하고 있고 포항이 양산단층인지 장사단층인지도 모호하다.

특히 학자들은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경우를 언급하면서 포항 지열발전소는 지하에 수압파쇄한 물의 양이 매우 적어서 지진유발의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하였다. 하지만 학자들이 간과한 것은 흥해 지하는 미국과 달리 석회암과 이암으로 주로 구성되어 있다.

땅 꺼짐 혹은 싱크홀(sink hole)은 지하철역 주변 부실공사로 발생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인적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다. 원래 싱크홀은 자연재해인데 땅속에 석회암이 빗물에 흘러서 큰 공간이 생기는 현상이다. 흥해 지하에는 이런 땅 꺼짐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암은 흥해에서는 떡돌로 알려져 있다. 이암은 굳은 점토판이 갈비짝처럼 산과 지하에 쌓여져 있는 것을 말한다. 비가 오면 흥해 주위의 산은 상당 부분이 이암이 녹아서 장기간 질퍽해진다. 흥해 지하에도 유사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전술된 내용을 모두 고려하면 포항지열발전소가 사용한 수압파쇄공법은 포항지진의 주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난관리 분야에서는 수압파쇄가 지진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2006년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가 폐쇄된 경우도 그렇다.

미국처럼 앞으로도 우리나라 일부의 지질학자, 지열발전소 사업자 등은 지열발전소와 포항지진은 별 관계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고 재난피해자, 재난관리자, 일부 지방공무원은 높은 연관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여하튼, 지역발전소 혹은 수압파쇄가 지역 지진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지금보다는 더욱 많은 관계자가 참석하여 보다 다양화된 시각으로 포항지진에 접근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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