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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퇴직하고 집에 있으니 벽만 바라보고 그렇다고 오라는 데도 없고, 갈 때도 없다. 그래서 날마다 나른한 오후가 되면 바람도 쐬고 머리도 식히고 마음도 달래려 산책하러 간다. 집에서 걸어서 반 시간 거리인 도심의 숲 속 남산동 성모당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다녀오니 건강에 보약이 되는 운동도 된다.

처음 집을 나설 때는 귀찮고 서글퍼 나가기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근 4년 넘게 매일 답습하다 보니 몸에 매여 자동적으로 오후가 되면 성모당에 와 있다. 학습 반복과 습관의 위력이 대단하다. 나약하고 게으른 무력함을 강하고 부지런하게 바꾸니 사람 되는 것 한순간이며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성경에도 개으름도 죄라고 한다.

성모당은 프랑스 루르드 동굴을 본떠서 건립한 지 내년이면 딱 100년 된 한국의 대표적인 성지이자 대구시 문화제이기도 하다. 성모당 동편에 백 년이 넘은 성직자묘역에 성직자 78분이 성모당 곳곳에 성인의 숨결과 말씀이 배어 있는 거룩한 전당이다. 신자는 물론 시민들도 속세에 찌든 영육을 세탁하러 성모당에 많이 들락거린다.

성모당에 오갈 때 보면 길가에 줄지어 있는 곡물과 채소, 과일 파는 가게를 지난다. 작업복에 모자를 눌러쓴 아저씨와 뒷머리를 질끈 묶은 핫바지 아주머니를 매일 보게 된다. 하루도 안 빠지고 열심히 장사 하는 모습 아름답다.

여름만 되면 크고 작은 가게는 물론 포장마차도 하계휴가라며 문에 쪽지를 부쳐놓고 문 닫는다.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다가 놀 때도 확실하다. 휴식도 비타민이기에 할머니 세대의 별 보고 밭에 갔다가 별 보고 오는 온종일 하는 일 호랑이 담배 피우던 설화다.

가끔 가계에 들려 과일이나 채소를 사면서 내가 ‘오며 가며 보는데 한시라도 안 쉬고 사고, 팔고, 다듬고, 옮기고, 손질하고 밤낮으로 열심히 사시네요?’ 하니까 ‘고맙다’고 하며 ‘물건 팔아야 아들딸 공부시키고, 하계휴가에 노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그 재미로 산다’고 하면서 내년에는 하계휴가 때 환갑기념 남미 일주 해외여행 계획 세워두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글로벌시대에 중국, 일본, 동남아는 대구공항에 노선이 많아 수시로 간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하여 벌어 베짱이처럼 화끈하게 놀며 쓰려고 열심히 산다고 한다.

인생 뭐 없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고 베짱이처럼 화끈하게 노는 것이 고달픈 삶을 즐기는 것이고 추억을 만들며 그러려고 사는 것이다. 개미처럼 일도 열심히 하고 베짱이처럼 잘 노는 것도 일의 연속이다. 고민과 스트레스 한 방에 날려 행복의 대박 위해 재충전시간이기에 그렇다.

개미라고 다 생산현장에서 일만 하는 것도 아니다, 80:20의 파레토법칙에 따르면 8할은 일하고 2할은 논다고 하지만 살펴보면 왔다 갔다 움직이며 땅 파고 먹이를 물고 나르는 생산현장 일만 안 하지, 안 움직이며 외침막이 경비나 보초도 지원하는 일도 일이다. 인간조직에도 능률향상을 위해 80:20의 생산 라인과 지원라인이 공존과도 유사하다.

세상사 일만 하는 개미도 풍악을 울리는 베짱이도 맡은바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 생기가 넘쳐 살맛 난다. 일과 휴식의 파레토법칙 활용을 잘하면 성장 배가와 행복지수 상승으로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노는 신바람 나는 세상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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