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특정 브랜드의 패딩이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된 적이 있다. 얼마짜리 패딩을 입느냐에 따라 학생들 사이에 ‘대장계급’, ‘최하 계급’ 등으로 계급이 나뉘었다. 아이들이 고급의 패딩점퍼를 사달라고 부모들을 졸라 부모의 등이 휜다고 해서 이 점퍼가 ‘등골 브레이커’로 불렸다. 

최근 평창 롱패딩이 품절 되고, 웃돈을 얹어 거래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마침내 전국의 중고등학생 사이에 신종 등골 브레이커로 롱패딩이 자리 잡았다. 패딩 점퍼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한 벌에 수십만 원을 하는 프리미엄 롱패딩을 사달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그야말로 부모의 등골이 다 빠질 지경이다.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롱패딩을 입고 있다. 모두가 뒤에서 보면 같은 모습이다.

포항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이 같은 부작용을 의식해서 학교에 롱패딩을 입고 오지 말라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복도 아닌 외투 입는 것까지 학교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해서 학교측은 할 수없이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고 한다. 학교측에서는 일부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생각해서 롱패딩을 입고 오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물질적 욕망은 어려서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40세를 고비로 하락하고, 반대로 정신적 욕망은 40세부터 상승해 70세에서 피크를 이룬다고 했다. 롱패딩을 입는 청소년들의 심리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이다. 사실 롱패딩은 동계 스포츠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처럼 추운 곳에서나 어울리는 옷이다. 그런데도 기온이 영상권을 웃도는 남부지방의 중고등학생 대부분이 롱패딩을 입고 다니고 있으니 가관이다.

롱패딩 열풍을 보면서 우리 국민의 소비성향이 매우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나의 형편이나 필요에 관계없이 남이 하면 똑같이 따라 하는 풍조가 퍼져 있다. 청소년 때부터 물질적 욕망에 허덕이다가 결국 배금주의에 물들게 되고, 나이가 들면 욕망을 채우지 못해 ‘헬조선’이라며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의 목소리를 높인다. 씁쓸한 롱패딩 열풍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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