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선들 싹쓸이에 동해안 어획량 크게 줄어
구룡포 채낚기 선단도 일감 없어 대책마련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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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포항 죽도시장 한 횟집에서는 오징어가 마리당 1만원의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오징어가 안 납니다. 귀해요. 금징어입니다.”

과거 서민 음식으로 사랑 받던 오징어가 어획량 급감에 따른 치솟는 몸값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28일 포항 죽도시장의 한 횟집.

수족관에 단 3~4마리의 오징어만 유유히 헤엄을 치는 가운데 생물 1마리당 1만원의 높은 가격에 시민들은 가격만 물어 본 후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횟집들에서도 크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한마리에 8천~1만2천원 내외의 높은 가격에다 적은 양으로 오징어를 구경하기조차 힘들었다.

오징어물회 한 그릇 가격도 1만5천원~2만원선으로 수년전 1만원~1만2천원에 비해 크게 올랐다.

한 건어물점의 말린 오징어는 1.5㎏ 한 봉지가 6만원으로 지난해 3만원보다 가격이 배나 올랐다.

한 횟집 사장은 “오죽하면 오징어가 고래고기나 전복보다 더 비싸 서민들이 먹기 힘든 고급음식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비싼 가격으로 과거 횟집에서 밑반찬으로 내주던 삶은 오징어는 자취를 감춘 지 꽤 됐다”고 말했다.

오징어 주산지 포항 구룡포에서도 치솟는 가격에 따른 경제적 여파로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구룡포에는 채낚기 오징어 선단은 물론, 오징어 횟집과 가공·건조·배달 업체 등이 밀집해 있는데, 오징어 어획량 감소에 따른 조업 차질과 특히 가공·건조업체에서는 일감이 없고 일손은 남아 작업 시간을 줄이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경북 동해안에서 위판된 오징어는 9천895t, 위판고는 590억여원이다.

이는 9년 전인 지난 2008년 2만2천90t, 371억원에 비해 위판량은 절반이하로 줄었지만 치솟는 가격으로 위판고는 58%나 는 것.

전문가들과 관련 업계에서는 북한 수역에서 중국 어선들의 오징어 과다 조업이 오징어 어획량 급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징어 가공업을 하는 이상문 해봉수산 대표는 “중국선단이 북한해역에서 8~9월에만 10만t의 오징어를 쓸어갔다고 한다”며 “과거 명태 고갈의 전철을 밞아 오징어가 자취를 감출까 염려된다”고 했다.

이어 “업종전환을 고심하는 업체가 많을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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