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네 살
어머니가 자궁을 들어냈다
수술용 장갑을 낀 젊은 의사가 냉면그릇 같은 데 담아들고 와서 보여주었다
마음이 참, 지랄 같았다

스텐 그릇 안의
어머니의
계란, 자궁을 본다는 것
끼니때가 되어
어머니 뉘어놓고 길 건너 추어탕 집에 가서 한 그릇 밀어 넣으며 서러워했다

요때기마다 자궁 들어낸 여자들이 누워있는 방으로 돌아와
등을 붙이면
따뜻하다 야근에 지쳐
졸음이 쏟아지는 몸이여

문득 어디 생리 중인 여자가 있어 울며 그녀와 살 섞고 싶다는 생각





감상) 앞 동 아파트로 저녁 햇살이 내려가고 있다. 햇살이 있을 때는 눈부시던 곳이 빛이 사라지자마자 금방 한겨울이다. 그림자조차 깜깜한 암흑이다. 갱년기 우울증이 왔다고 그녀가 말했다. 밤새도록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그녀가 보낸 들떴던 한 때가 고스란히 잘려나가고 난 뒤의 일이다. 햇살이 지고나면 밤이다. 아침이 온다는 건 아침이 돼봐야 알 일이다.(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