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에 이광이라는 명장이 있었다. 이광의 부대는 행군 중에도 규율이 없고, 진용도 산만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오합지졸로 보였다. 밤에는 풀밭이나 호숫가에 아무렇게나 막사를 짓고 멋대로 누워 쉬었다. 겉보기에 이광의 군대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지만 적과 맞부딪치면 백전백승이었다. 이광이 부하들로부터 절대적 믿음을 얻었던 것이 승전의 비결이었다.

이광은 전쟁에서 이기면 하사받은 상금을 부하들에게 나눠주고 식사도 병사들과 똑같이 함께 먹었다. 행군 도중 우물을 만나면 병사들이 모두 갈증을 푼 후에야 자신이 마셨다. 아무리 갈증이 심해도 병사들 보다 먼저 마시는 일이 없었다. 식량도 병사들에게 골고루 배분되기 전에는 입에 대지 않았다.

이처럼 부하를 아끼는 지휘관이기에 군율은 느슨한 것 같았지만 일단 실전에 돌입하면 지휘관을 위해서 죽음도 불사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이 같은 상하일체감으로 이광의 군대는 승리를 거두었다.

“장수는 진지에서 우물을 파기 전에 목마르다 란 말을 하지 말라 장수가 병사들 앞에서 갈증을 말하면 군중심리에 의해 병사들의 갈증이 폭발하기 때문이다. 물이 나와도 그 물은 우선 병사들이 마시고 난 후에 마셔야 싸울 용기가 저절로 솟아난다. 장수는 음식이 만들어지기 전에 배가 고프다는 말을 하지 말라. 병사들이 모두 배부르게 먹은 후에 들라. 추울 때 불을 피우기 전에 장수가 먼저 춥다는 말을 하지 말라. 불을 피워도 병사들이 쬔 후에 쬐야 한다. 군대의 막사가 쳐지기 전에 장수가 먼저 불편하다는 말을 하지 말라. 먼 거리를 행군해서 피로할지라도 먼저 취침해선 안 된다. 장수는 아무리 무더워도 병사들 앞에서 부채질을 하지 말라. 장수는 자신만 추위를 막겠다고 가죽옷을 입지 말고, 비가 와도 우산을 받지 말라” ‘제갈량 심서’에 적혀 있는 장수들이 지켜야 할 마음가짐이다.

“내 부하도 구속돼 있는데 혼자 나가보겠다고 애쓰는 건 내 가치관이나 인생관과 맞지 않는다. 구속됐지만 재판을 받겠다”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구속적부심사를 거부하면서 한 말이다. 멋진 장군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