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측, 가산 탕진 손배 소송…법원, 1억원 배상 강제 조정

팔다리가 마비돼 걸을 수가 없어서 평생을 병상에 누워 지낸 여성이 스스로 일어나 걷게 된 사연이 있어 화제다. 병원의 오진 때문에 10여 년을 고통 속에 보낸 뒷이야기가 씁쓸함을 더한다.

현재 스무 살이 된 수경(가명)이는 1997년 건강하게 태어났으나, 만 3세가 넘어까지 까치발로 걷는 등 장애가 생겼다. 2001년 대구의 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 뇌성마비 중 강직성 하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2005년, 2008년 수차례에 걸쳐 입원 치료도 받았지만, 2009년에는 경직성 사지 마비 진단을 받았고, 2011년에는 상세불명의 뇌성마비 진단도 받았다.

수경이 아버지의 지극정성으로 국내 유명한 병원과 더불어 중국과 미국까지 건너갔지만, 차도가 없었고, 뇌병변 장애 2급에서 1급 판정을 받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5년 전 기적이 일어났다.

2012년 7월 1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중 의사가 아닌 물리치료사가 “뇌병변이 아닌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고, 의료진은 대구의 대학병원에서 촬영한 MRI 사진을 본 뒤 “뇌성마비가 아닌 도파반응성 근육긴장”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주로 1~10세 사이에 발병하며 ‘세가와병’으로 불리는 이 병증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의 이상으로 도파민의 생성이 감소해 발생하는데, 소량의 도파민 약물을 투약해 특별한 합병증 없이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조기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이 실제 도파민을 1주일 투여한 결과, 수경이는 스스로 두 발로 걸을 수 있었다. 10여 년을 누워 지냈다는 사실에 허탈하기까지 했다.

평생을 누워 지내며 악화한 척추측만증의 후유증으로 수술까지 했고, 후유장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하기로 했다. 아버지 또한 수경이를 업어서 등하교시켰고, 잘 나가던 사업도 뒷전으로 미루면서 가산도 모두 탕진했다. 수경이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면서 아버지에게 소송을 내자고 했다.

2015년 10월 13일 해당 대학병원 학교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01년 첫 진단을 내릴 당시 의료기술 등을 종합하면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료진과 2년간 끈질기게 다툼을 벌였다.

대구지법 제11민사부(신안재 부장판사) 학교법인이 수경이와 아버지에게 1억 원을 손해배상 하라며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재판을 이끈 장영수 변호사는 “대학병원이 일부 과실을 인정한 데다 당시 의료 기술로는 세가와병을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조정안을 받아들였다”면서 “판결은 아니지만, 의사에게 진료 시 통상적으로 부과되는 주의의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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