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기쁨의 교회가 함께 만든 재난 복구 원칙···민·관·이재민 신뢰로 연결하는 정신운동으로 승화

11.15 지진 피해복구가 속도를 내고 이재민들도 일상으로 속속 복귀하는 가운데 민·관·이재민이 힘을 합치는 재난극복 ‘세겹줄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포항 기쁨의 교회 대피소에서 생활하던 이재민들이 30일 각자의 길로 돌아갔다.

지진피해를 입어 기숙사로 들어가지 못하던 한동대 학생들이 쉴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한 것을 계기로 대피소 운영을 시작한 지 16일 만이다.

외국인 유학생부터 건물이 완파된 대동 빌라 주민들까지 수많은 이재민들이 대피소를 거쳤지만, 떠나는 이재민마다 대피소 운영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이재민들은 내 집을 떠나 불편한 대피소 생활을 하는 동안 불평불만을 털어놓기보다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먼저 표현했고, 대피소 운영에 나선 포항시를 믿고 따랐다.

포항시와 기쁨의 교회가 함께 만든 재난 복구 원칙 ‘세겹줄 운동’이 주목받는 이유다.

‘세겹줄 운동’은 민·관·이재민이 함께 쉽게 끊어지지 않는 세겹줄이 돼 재난을 지혜롭게 극복하자 정신운동이다.

재난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재민들을 보호, 관리하는 행정당국과 이를 지원하고 이재민들을 돕는 자원봉사자, 그리고 피해당사자인 이재민들이 마음을 열고 신뢰 속에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 현장에서는 왕왕 반목과 갈등이 빚어진다.

하지만 이재민과 행정당국, 봉사자들이 얼굴을 붉히고 반목하면 시간이 흐른 후 건물은 새로 지어졌지만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기 어렵고, 이는 이번 지진으로 입은 피해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후유증을 예방 하는 데도 ‘세겹줄 운동’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진발생 닷새째인 19일 경북 포항 기쁨의 교회에 개인천막 대피소가 마련돼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이재민 서경수(68·여·흥해읍)씨는 “아무리 잘해줘도 남의 공간이니 똑같은 대접 받아도 딴소리 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하지만 함께 재난을 극복해가자는 말이 한 건물에 있던 이재민들을 하나로 묶었다”고 말했다.

정승수 기쁨의 복지재단 총괄팀장은 “민·관·이재민이 협력할 때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면서 “세겹줄 재난복구 원칙이 잘 실천돼 정신운동을 통한 재난 극복의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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