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상 대구강서소방서장
건조한 날씨에 화기 사용이 많아지는 겨울철은 늘 우리 소방관서를 긴장하게 한다. 겨울철에는 여름과 가을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고, 그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계절 중 단연 1위를 차지한다.

우리 소방관서에서는 겨울이 시작되는 이 시기에 다양한 안전문화행사를 통해 전 시민의 자발적 화재예방 활동의 동참을 유도하고, 겨울철 소방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해 다방면으로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화재 현장에서의 원활한 소방활동을 위해 소화전 등 소방용수시설과 소방차량을 비롯한 특수 장비의 점검·정비를 끝내는 한편, 대원 개인별 소방전술훈련과 대규모 화재에 대비한 긴급구조 종합훈련을 하는 등 각종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총력 대응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 등 재난의 예방과 대응은 관 주도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을 때 가능하다. 최근 5년간 화재 사망자의 51%를 차지하는 주택화재는 개인의 주거에 해당하여 안전점검 등 소방관서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이다. 따라서 전기·가스 등 화재 위험시설의 안전한 사용과 점검을 생활화하고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을 반드시 설치하여 화재의 조기 발견과 초기 소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소화기는 초기에 화재를 진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기구이며, 화재 초기 소방차 한 대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경보음을 통해 화재 사실을 주변에 알려 인명피해를 방지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준다.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전기 매트 등 전열기 과열에 의한 화재는 외출 등 자리를 비울 때는 반드시 전원을 차단해 예방하고, 보관 시에도 주의해야 한다. 너무 과도하게 꺾인 상태로 보관할 경우 접힘 부분의 전선이 끊어질 수도 있어 단락 화재의 원인이 되므로 둥글게 말아서 보관하고, 반드시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사무실 작업장 등에서 석유 난로나 전열기를 사용할 때에는 주변에 인화성 물질이나 커튼 등 불이 옮겨붙을 수 있는 물건이 없도록 하고 세탁물 건조는 하지 않도록 한다.

이 밖에도 화재피해를 줄이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소방차량 출동 시 길 터주기를 생활화하고 불법 주·정차를 삼가는 것이다. 작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발생한 화재와 재작년 134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는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소방통로가 확보되지 못해 화재 피해가 컸다. 시민 스스로가 소방차들에 길을 양보하고, 불법 주·정차를 삼간다면, 이것이야말로 내 가족과 이웃을 살리는 길일 것이다.

대부분 화재는 담배꽁초, 음식물 조리, 쓰레기 소각 등 부주의와 무관심에서 비롯되는 만큼, 우리가 일상에서 조금만 관심을 두고 생활주변의 위험요소들을 스스로 찾아 제거할 수 있다면 화재로 인한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화재 발생 때 대피할 수 있도록 피난 경로를 미리 살펴두고, 119 신고요령 또한 알아둬야 한다. 시민들 스스로 화재예방에 앞장서고, 재난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차에 길을 양보하여 모세의 기적을 일으킨다면 올겨울은 어느 해보다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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