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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을 걷다] 17. 강구교~영덕해맞이공원

풍력발전기 이국적 정취 물씬···빛·바람의 길 위에 서다

이순화 시인 cho@kyongbuk.com 등록일 2017년12월03일 17시19분  
저녁노을 속에 풍력발전기
강구항은 아직 잠에 들어 있고 산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동굴처럼 캄캄하다. 손전등을 가져오길 잘했다. 머리 위로 물음표 모양의 북두칠성이 손에 잡힐 듯하다. 새벽 쌀쌀한 공기에 두 귀가 시리기는 하지만 얼굴에 와 닿는 감촉은 더없이 상쾌하다.

전등 불빛을 앞세우고 산속으로 들어서니 나뭇잎들 사이로 희부옇게 새벽이 내려앉고 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숲 냄새에 취해 본다. 한 굽이 돌아서자 오른쪽으로 암청색 바다가 보인다. 멀리 수평선 위로 붉은 띠를 두른 운무가 켜켜이 차오르고 있다. 해가 뜨려나 보다.
강구 뒷산에서내려다본 강구항
금진구름다리
가파른 나무계단을 내려서자, 이쪽 산허리에서 저쪽 산허리로 이어주는 구름다리가 기다리고 있다. 다리 아래는 동서로 난 이차선 차도다. 어쩌면 이 다리가 생태통로 역할까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른 아침 햇살 스며드는 숲길이 몽환적인 감성에 젖어들게 한다. 일찍 나서길 잘했다.

소나무 숲속 좋은 기운을 받으며 산꼭대기로 올라서니 고불봉 표지석이 산객을 반긴다. 고불봉은 망월봉(望月峰)으로도 불리며 영덕 팔경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산이다. 서쪽으로는 영덕 시내와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이, 북쪽으로는 산릉선에 우뚝 솟아있는 수십 개의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게 한다. 웅장하다.
고불봉
고불봉에서 바라본 풍력발전기
고산 윤선도가 영덕으로 유배 왔을 때, 고불봉 경치가 아름다워 고불봉 밑에 유배소를 정하고 남겼다는 고불봉(高不峯)이라는 시, ‘여러 봉우리 중 최고로 뛰어난 봉우리이네/ 어디에 쓰일려고 구름, 달 사이로 높이 솟았나’ 일부를 옮겨 본다.

산을 내려서자 아스팔트가 깔린 이차선 도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250m나 올라왔을까. 길 건너 도로변에 영덕환경자원관리센터 입간판을 두고 곧장 좌측 산길을 오른다. 산허리를 휘감고 도는 굽이굽이 자작나무 숲이었다가 이젠 단풍나무 숲이다. 우-우웅 이 소리는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 가슴이 뛴다. 에너지는 최고조로 치닫고 다시 또 나타난 자작나무 눈부신 하얀빛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지칠만하면 불쑥 쉼터가 나타나고, 덥다 싶으면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 임도를 따라 보랏빛 용담이, 진자줏빛 오이풀, 쑥부쟁이가 보이는가하면, 온데 구절초 밭이었다가, 겨울이 코앞인데 진달래, 제비꽃, 민들레가 덩달아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야생화에 마음을 빼앗겨 걷다보니 내가 어느새 풍력발전단지 안에 들어서 있다.

사계절 바람 많은 이 지역은 풍력에너지의 부존자원이 풍부하여 미래의 대체에너지 사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풍력발전기 24기는 영덕군민 전체가 1년 간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풍력발전단지 건설로 이색적인 관광지 제공,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많은 관광객들까지 불러들이고 있다.

산림생태문화체험공원으로 한발 들어서니 출렁다리가 유혹을 한다. 건너보고 싶다. 포토존까지 표시되어 있어 피사체에 초점도 맞춰본다. 공원에는 해맞이예술관, 전동휠체험코스, 하늘바람정원, 향기음식체험관, 유스호스텔도 보인다. 바람개비공원에도 가보고 싶고, 도화원도 궁금하고, 향기터널, 생태연못, 단풍나무길, 풍경소리원도 궁금하다. 갑자기 볼거리는 많아지고 하루해는 짧다.
정크트릭아트 전시관
정크트릭아트전시관이라니, 생소한 풍경이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폐품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 평면의 그림으로 놀라운 착시 효과까지 준다는 것이다. 여기는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조각공원 앞에서 또 발길을 멈춘다. 여러 조각상 중에 대게발의 오브제가 눈길을 끈다. 북쪽을 향해 올라가는 데크길 여기에도 저기에도 바다와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 표시가 있다.
별반산봉수대
빠른 걸음을 옮기는데 봉수대다. 이 봉수대는 경상북도 기념물 제 37호로 영덕별반산봉수대다. 봉수는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 주변 관망이 좋은 위치에 설치해 밤에는 횃불을 들고 낮에는 연기를 피워 올려 변방의 상황을 알리던 통신 수단이다. 어쩌면 진정한 낭만주의 시대가 그때가 아니었나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 본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다. 재생에너지의 모든 것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태양과 바람, 물, 지열, 바이오매스 등을 이용한 재생에너지의 생산 원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야외에는 태양열을 이용한 창포족욕탕과 태양광을 이용한 프리즘체험코너,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오로골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원리를 배우며 체험도 할 수 있다.
대게를 잡아올리고 있는 어부
창포말등대
‘환영 블루로드 달맞이여행’입간판이 언덕 위에 내걸려 객을 반긴다. 너른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북쪽, 서쪽, 남쪽으로는 첩첩 산릉선이 끝 간 데 없다. 광활하다. 가까이는 바람을 이용한 24기의 바람돌이들과 단지 내에 정원들, 공원들, 해맞이캠핑장에 문인의 시비까지, 조망권이 뛰어난 곳이다. 동해안 일대의 여성 놀이 중 하나인 영덕월월이청청앞에서 찰칵, 또 한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해안 길로 내려선다.

청소년해양체험관을 옆에 끼고 대게를 잡고 있는 은빛 조각상 앞에서도 한 컷 찰칵. 해안 길을 따라 북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창포말등대가 보인다. 대게의 집게발이 빨간 등대를 높이 쳐들고 있는 모양이 신기하고 아름답다. 바다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이다. 바닷가 데크전망대에서 남쪽으로, 왼손 주먹을 꼭 쥐고 새끼손가락은 펴든 모양의 바위 앞이다. 약속바위다.
바닷가 데크길
약속바위
1907년 말, 일본군의 의병토벌작전 활동으로, 세력이 약화된 신돌석 장군은 자신을 토벌하기 위해 가족까지 회유 작전에 이용당하자, 해맞이공원 바위 앞에서 아내와 약속을 한다.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위험에 처한 가족은 꼭 지켜주겠다고. 약속은 이루어졌다. 칠보산에 숨어있던 아내와 가족들이 화를 면했다는 이야기다. 이후 장군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이 이 바위 앞에서 약속을 하는 풍습이 생겼다 한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세요, 전설 같은 사랑이 이루어집니다!’ 여기에도 포토존이 있다. 바닷가 기암괴석들 사이로 밀물이 하얀 거품을 물고 밀려들어오고 있다. 데크길을 오르락내리락, 바닷가 쉼터를 지나 차도로 올라선다. 일출의 명소 해맞이공원 표지석이 저녁노을 아래서 길손을 기다리고 있다 .


◇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교통편: 영덕해맞이공원에서 07:40, 08:20, 09:25, 11:15,
▲ 글·사진 이순화 시인
13:15, 15:15, 16:15

영덕버스터미널 전화번호: 054-732-7374

강구택시부: 054-733-5164~5

◇ 여행자를 위한 팁: 해파랑길 20코스는 영덕블루로도 A코스와 동일 선상에 있어 길 찾기에는 무리가 없다. 숲길 구간에는 매점이 없으니 간식과 식수는 준비해야 한다. 대부분이 숲속 길이라 동행이 있으면 좋겠다. 영덕풍력발전단지 내에 있는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을 지나면 곧바로 휴게카페가 나온다.


바다와 풍력발전기
대게와 아이들
블루로드 달맞이여행
저녁노을 속에 풍력발전기
영덕월월이청청
영덕해맞이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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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석 기자

    • 조현석 기자
  • 뉴미디어국장 입니다. 인터넷신문과 영상뉴스 등 미디어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010-5811-4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