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한 번 더 살 수 있다면 아마도 이모는 정방동 136-2번지, 그 함석지붕 집을 찾아가겠지. 미래가 없는 두 연인이 3개월 동안 살던 집. 말했다시피 그 집에서 살 때 뭐가 그렇게 좋았냐니까 빗소리가 좋았다고 이모는 대답했다. 자기들이 세를 얻어 들어가던 사월에는 미였다가 칠월에는 솔까지 올라갔다는 그 빗소리.” 김천에서 난 김연수의 소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에 나오는 함석지붕에 대한 회상이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 함석지붕 위에 비가 내리는 소리는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어려운 시절 지붕 마감재로 사용됐던 것이 함석이다. 함석지붕은 1970년대 주로 시장에 단순하게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은 것이나, 큰 방앗간의 지붕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풍경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마을 어귀의 오래된 방앗간에 벌겋게 녹이 슨 양철지붕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 추억으로 남아 있는 함석지붕이 포스코에 의해 미얀마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포스코는 1990년대 미얀마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포스코는 도로,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이 취약한 미얀마에 1997년 320만 달러를 투자해 아연도금강판 공장을 지어 1999년부터 본격 제품을 생산했다. 미얀마의 주택 상당수가 야자잎이나 마른 풀 등으로 지붕을 덮고 있는데 미얀마포스코가 지붕의 혁신을 몰고 온 것이다.

미얀마는 하루에도 몇 차례 스콜성 비가 내리기 때문에 야자잎 지붕은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썩어버린다. 하지만 포스코가 생산하는 아연도금강판(함석)은 10년 이상 거뜬히 버티기 때문에 최고의 지붕 재료로 인정받고 있다. 포스코는 미얀마의 최고 인기 스타를 모델로 ‘명품지붕’의 인식을 심었다. 국내에서 히트를 쳤던 보일러 광고를 패러디해서 “아버님댁에 함석지붕 놓아 드려야겠어요”라는 TV 광고를 내 히트를 친 것이었다. 광고 시작 이후 시장 점유율 10%에서 25%로 높아졌다. 이 바람에 미얀마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이 3천940만 달러, 영업이익 410만 달러로 미얀마 최대 외국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포항에 모기업을 둔 포스코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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