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삶을 등진 이유 밝혀달라" 호소

현장에서 발견된 화덕

야산에 세워진 승합차에서 숨진 지 2개월여 만에 발견된 40대 남성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위해 쫓아다니는 누나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숨진 남성의 누나는 ‘동반 자살’로 보고 있는 경찰의 판단을 뒤집을 증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칠곡경찰서에 따르면, 9월 14일 오후 3시 55분께 칠곡군 석적읍의 한 야산에 세워진 승합차 안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한 시신 두 구를 발견했다. 차량 내부에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고, 창문 틈이 모두 테이프로 둘러싸여 있었다. 승합차 주변에서는 번개탄과 숯, 술병이 발견됐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있던 시신도 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었다. 운전석 시신은 케이블 타이로 양손이 묶여 있었고, 조수석 시신의 손은 한쪽에 케이블 타이가 둘려져 있었지만, 양손이 자유로운 상태였다.

경찰은 차적 조회와 운전석에 있던 시신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사망한 사람이 A씨(운전석)와 B씨(45·조수석)라는 것을 밝혀내고 가족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A씨 휴대전화에서 자살과 관련된 검색어와 트윗 글을 발견된 데다 차량 내부가 테이프로 둘러 있어서 외부로 나간 흔적이 없는 점, B씨 손이 자유로운 점 등을 종합, B씨가 A씨의 손을 묶은 뒤 테이프로 몸을 두르고 자신도 같은 방법으로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두 사람 모두 상당한 빚이 있었다는 사실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 가족은 수긍했다.

하지만 B씨 가족들은 ‘자살을 결심할 이유가 없다’며 경찰에 재수사를 촉구했다.

건설현장 외부 도색 일을 해 온 B씨가 1억4천만 원의 빚이 있지만, 아버지가 최근 대구의 건물을 정리해 아들의 빚을 갚아주고도 많이 남을 만큼의 상당한 금액의 현금이 있고, 이 같은 사실을 B씨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경찰이 추정하는 사망시간인 지난 7월 중순께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지냈는데 자살과 관련된 어떠한 징후도 없었다는 점도 가족들을 애태웠다. B씨 휴대전화와 차량이 발견되지 않고 함께 사망한 A씨 휴대전화에서도 B 씨와의 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 또한 가족의 눈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게 했다.

특히 B 씨의 누나 C씨는 동생을 죽음을 더더욱 받아들이지 못했다. C씨는 “동생은 중학교 때 집이 어려워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한 친구를 위해 일 년 동안 집에 아무 말 없이 자기 도시락을 내어 줄 정도로 착한 아이였다”며 “이런 동생이 누군가를 묶고 나쁜 행동을 결심할 것이라고는 결코 상상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C씨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동생이 발견된 야산을 찾아 홀로 눈물을 흘리기를 반복했다. 지난달 30일 현장 주변 주택가 도로에서 동생이 타고 다니던 트럭을 찾아냈지만, 또다시 눈물을 흘려야 했다. 트럭에 있던 동생 휴대전화에서도 자살과 관련된 검색어 등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그런데도 C씨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C씨는 “일반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려면 예전부터 이와 관련된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동생이 휴대전화로 자살과 관련된 내용의 검색을 시작한 날은 7월 초 집에서 동생이 나간 날짜와 일치한다”며 “동생의 빚은 집에서 충분히 갚아 줄 여유가 있었고, 우울증도 없는 등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경찰의 말대로 동생이 자살한 것이라면 왜 그런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사를 맡은 칠곡경찰서 형사과 측은 “B씨의 휴대전화에서 자살과 관련된 내용과 A씨와의 관계를 알 수 있는 기록들이 있다”며 “향후 유족이 의문을 제기하는 부문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B씨 유족은 경찰이 정밀분석을 의뢰한 B씨의 휴대전화 기록에 의문을 해소할 내용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숨진 B씨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이유로 B씨의 승용차를 가지고 간 회사 직원을 절도죄로 고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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