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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호서대교수·법학박사
JSA를 넘은 오청성 사건으로 북한은 언제 붕괴하느냐고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무엇을 붕괴라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북한의 붕괴는 상당히 멀리 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어떠한 무력을 가지고도 체제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를 붕괴라고 정의해야 한다. 북한은 독재국가다. 그래서 위 궁금증에 대한 답은 과거 독재국가의 결말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과거 독재국가는 어떻게 망했는가? 세 가지 형식이 있다. 수명과 내란과 전쟁이다.

우선 어떤 독재자도 인간의 자연적 수명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후계자를 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게 여의치 않으면 권력 다툼으로 내정이 흐트러지고 나라가 망하게 된다. 권력 승계과정에서 반란이 일어나 국정의 극심한 혼란으로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켜 그 결과 독재국가로서의 길로 끝난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2011년 리비아 내전이다. 다음은 내란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고대에도 노예들의 반란이 있었고, 중세에도 농민반란이 있었는데 북한에도 언젠가는 내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북한에서 내란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북한은 모든 수단을 써서 주민을 통제하므로 내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낮다. 또 외부정보의 유입으로 북한체제에 의문을 가진다고 해도 국방위원회 산하 조직원이 항상 주민을 감시하고 있으므로 내란이란 형태는 불가능하다. 마지막은 전쟁이다. 패전하면 국가는 멸망한다. 나치 독일의 패망이 이 사례에 해당한다.

북한이 지구 상 마지막 독재국가가 될 것인가? 우선 후계자의 권력승계는 과거에 2번 있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이다. 내란 가능성의 예측도 있었지만 결국은 일시적으로 숙청의 횟수가 늘어났을 뿐 권력승계는 별문제가 없었다. 전쟁은 일어날까? 가능성은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과거 어느 때보다 지금 전쟁이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의 뒷배경으로 중국이 버티고 있으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도 큰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지만, 군부가 제대로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이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북한은 언제까지 계속 이대로 갈 것인가?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데도 북한은 끄떡없이 존재하고 있다.

많은 사람은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한다고 해도 정말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패전이 되면 체제가 붕괴하니까 북한은 결코 전쟁을 못 한다는 추론이다. 물론 우발적인 사건이 겹쳐서 보복 전쟁에 이르는 것도 가능하다. 혹은 사태가 급변하여 전쟁이 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파괴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파괴하는 것보다 간단한 일이다. 중동을 폭력의 소용돌이에 빠뜨리고 있는 이슬람 국가보다 간단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체제를 파괴하지 않고 계속 방치하고 있다. 당시 매우 호전적인 정권으로 평가받던 부시 정권하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인가? 북한을 붕괴시키지 않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좋은 시간(好時節)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북한이 존재함으로써 미국은 이른바 사업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남조선이 곧 무너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남조선의 박해받은 민중은 나중에 혁명에 성공하면 우리에게 합류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실소(失笑)를 금치 못할 일이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보라. 북한이 지금 붕괴하지 않는 것은 붕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가 악화되어 곧 무너진다는 사람이 있지만 약 20년 전 식량 공급 체제가 붕괴되면서 아사자가 속출한 시대조차 그 지배체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원래 경제의 부진을 이유로 국가가 붕괴한다면 아프리카의 빈국들은 벌써 붕괴되고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고, 김정은 정권이 와해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결국은 참수작전이나 선제타격이 해결책일 텐데 누가 이 방울을 달고 북한 주민들에게 초코파이 세례를 퍼부을 것인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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