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장은 명나라를 세운 뒤 정부조직과 법령을 싹 바꾸었다. 승상제도를 폐지하고 6부를 황제의 직속으로 개편해 모든 통치권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었다. 그러나 미천하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걸식하며 떠돌았던 주원장은 자신에 대한 심한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좋은 가문 출신에 학식이 풍부한 신하들이 자신을 업신여길까 전전긍긍 ‘검교(檢校)’라는 감시관을 둬 신하들의 동태를 감시케 했다.

조정에서 백관들 앞에서 대신의 볼기를 치는 ‘정장(廷杖)’이란 형벌을 신설했다. 볼기와 넓적다리만 드러낸 채 매질을 당하는 정장이 시작되면 매를 맞는 대신은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며 머리와 얼굴을 땅에 찧는다. 흙이 입안으로 수없이 들어가고 수염은 전부 문드러진다. 참으로 수치스럽고 가혹하기가 짝이 없는 형벌이었다. 중국역사에 대신을 이처럼 인격 모독적으로 다룬 황제는 주원장 빼고는 없다.

이 같은 모독적인 형벌은 주원장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원장의 열등감은 신하들에 대한 의심증을 부채질, 신하들이 옥좌를 넘볼까 두려워 모반죄로 몰아 신하들을 떼죽음 당하게 했다. 몽골원정에 대승을 거두고 개선하는 남옥을 모반 혐의로 몰아서 그와 관련된 사람들 모두 1만5천여 명을 처형했다. 호유용의 세력이 커지자 모반을 일으켰다는 죄목으로 그와 관련된 사람까지 무려 3만 명을 몰죽음 시켰다. 심지어 문인들이 지은 시나 문장을 트집 잡아 문자옥(文字獄)을 일으켜 처형하기도 했다.

이같이 주원장의 잔혹한 통치를 보다 못한 태자 주포가 간언을 올렸다. “폐하, 천하가 살육으로 넘쳐나니 화가 미칠까 걱정입니다” 주원장의 고사에서 요즈음 대한민국 적폐청산의 칼바람이 오버랩 된다. 지난 9년간 이 나라 안보를 최일선에서 책임졌던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인 국정원장 3명이 한꺼번에 잡혀가 2명은 구속되고 최고 국방기관의 장이었던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됐다 풀려나는 등 온 나라가 적폐수사 칼바람에 살벌하기가 짝이 없다. 이 같은 살벌한 칼바람은 혁명상황이 아니면 상상하기 어렵다. 삼라만상이 으스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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