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 기획·북디자인 한동대

▲ 바람의 땅 표지
포항의 문화와 역사를 깊이 있는 글과 사진으로 다룬 ‘바람의 땅ㅡ또 다른 시선으로 본 포항’이 발간됐다.

책 제목을 ‘바람의 땅’이라 한 것은 포항이 바닷가여서 자연의 바람이 많이 불고, 역사의 바람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맥락에서 사진을 중심으로 글을 곁들여 포항의 삶과 풍경, 역사의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지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됐다. 내연산에서 출발해 도심을 지나 형산강을 건너 운제산, 호미반도까지 걸으며 바람과 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은 포항의 명소 열 곳을 다루고 있다. 내연산과 보경사, 형산강, 동빈내항과 포항운하, 죽도시장, 중앙동 원도심, 수도산, 기청산식물원, 운제산과 오어사,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송도에서 여남까지 모두 열 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진과 글을 남겼다. 책의 첫 번째 장 ‘내연산과 보경사-시심과 화풍을 일으키는 곳’은 이렇게 시작된다.

“쪽빛 바다의 도시 포항은 초록의 산세도 빼어나다. 내연산·동대산·도음산·비학산·운제산 등이 도심 외곽에 은은하게 펼쳐진다. 그 산을 타고 내려오면 강과 들판이 아득히 펼쳐지고 그 끝자락에 푸른 동해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산과 강, 들판, 바다가 저마다의 빛깔을 발산하며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있는 곳이 포항이다.”

이 책은 이렇듯 포항에 대한 깊은 애정이 밑거름이 되고 있다. 또한 한국 철학의 첫새벽인 원효와 그 절정인 동학이 형산강을 배경으로 꽃을 피웠음을 강조하며 지역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 했다. 쌍봉 정극후가 초가을 형산강의 달밤 풍경을 ‘동방의 적벽’이라 하며 남긴 시를 소개하는 한편, 황동규의 시 ‘오어사에 가서 원효를 만나다’를 통해 오어사를 설명하고, 중앙동 원도심을 ‘포항의 오래된 미래’로 해석하는 등 색다른 시각으로 포항을 전하고자 했다.

6·25 전쟁 후의 폐허에서 지역의 문화와 복지를 일군 재생 이명석, 동빈내항의 작은 예수 인산 김종원, 미국문학 번역과 한국 수필문학 정립에 기여한 문학가 한흑구, 한국 아동문학계에 굵은 발자국을 남긴 손춘익의 삶도 소개돼 있다.

책머리에 있듯,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연오랑세오녀, 오어사에 머물렀던 원효와 고승들, 장기에서 유배 생활을 했던 우암과 다산, 내연산에서 진경산수를 완성한 겸재와 같이 우리 역사에 굵은 발자국을 남긴 여러 인물이 포항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처럼 포항의 이야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며, 저 땅 깊숙한 곳에서부터 오랜 세월 쌓이고 쌓여 어느 날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포항의 문화와 역사는 그렇게 깊고도 넓다. 이 책은 그 기나긴 이야기를 친근한 어조와 깊이 있는 사진으로 보여줌으로써 포항 관련 출판에 새로운 의미를 던져준다.

이 책은 경북일보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총괄 기획하고, 이진구 한동대 교수가 콘텐츠와 북디자인, 홍승표 작가가 사진, 김도형 디 오션 편집위원이 글을 썼다. 책의 출판은 도서출판 ‘여름 언덕’이 맡았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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