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우자, 잠자는 현안사업]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

경북일보 순회취재팀은 제자리걸음만 하는 지역 현안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사업 진행을 어렵게 만든 걸림돌을 살펴보고, 제 궤도를 찾도록 해법을 찾아내는 게 목표다. 두 번째 순서로 10년 이상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 문제를 살펴봤다.

△현대화 방법을 둘러싼 대립, 10년째 제자리걸음

1998년 문을 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도매시장)은 15만4천121㎡ 부지에 연 면적 9만7천982㎡ 규모로 한강 이남 최대 농산물 집산지로 꼽힌다.

2005년부터 시설 노후 등의 이유 때문에 상인들 사이에서 시설현대화 사업 요구가 이어졌다.

대구시는 재건축이 맞는지 이전이 적합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2006년, 2013년, 2015년 3차례 용역조사를 벌였다. 이전할 경우 3천474억 원이, 재건축은 2천47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시설현대화 사업에 선정되면 건축비의 30%, 900여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2차례 조사에서는 이전이, 3차 조사에서는 이전과 재건축 모두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와 갈피를 잡지 못한 상태다. 올해까지 결론을 못 내면 기한이 2년인 용역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용역조사에 사용된 4억여 원의 예산 낭비는 물론 예산 지원 요청도 미뤄져 사업 자체가 또다시 미궁에 빠질 위험이 크다.

도매시장 상인 간 이견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게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이전을 주장하는 측은 지금 시설로는 새로운 유통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점을 꼽고 있고, 재건축을 주장하는 상인은 현재 위치가 고속도로와 가까워 강원도까지 물건이 팔리고 있는 데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 등으로 형성된 상권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건 대구시 농산유통과장 “상인 간 100% 합의가 이뤄져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농림부의 요구도 상인들 합의가 우선인 만큼 조율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전·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방안 검토

상인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대구시는 지난 3월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추진협의회를 구성했다. 지난 5월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해 양측 대표로 구성한 소협의체도 만들었다. 외부 갈등관리 전문가를 초빙하는 등 합의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해결책으로 ‘리모델링’이라는 새로운 방안도 제시됐는데, 의견이 분분하다.

재건축을 주장하는 측은 리모델링이 기존 상권을 지킬 수 있고 공기도 재건축보다 빨라 긍정적이다. 김태형 대구중앙청과 기획실장은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재건축하는 것보다 리모델링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대체 상가도 필요 없어서 합리적인 방안 중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박규홍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 연합회 대구시지회장은 “논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을 주장하는 상인들이 모두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구시는 리모델링 방안이 논의 단계이고, 전체 상인 간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연창 경제부시장은 “갈등관리 전문가들이 양측을 만나 협의하고 있고, 리모델링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까지는 결론을 내야 하는데, 상인들이 모두 동의하는 방안이 나와야 사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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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회취재팀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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