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신·아와지 대지진 진앙지 가보니
강진에 수많은 희생이 따랐던 곳인데,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이라는 안내판이 눈길을 끌었다. 아와지섬에서 10㎞에 걸쳐 출현한 노지마 지진단층은 아스팔트로 포장한 도로의 바로 아래를 가로지르면서 도로를 위아래로 약 50㎝, 진행방향에서 오른쪽으로 최대 1.3m를 틀었다. 기념공원에는 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갈라진 도로의 모습을 통해 지진 발생 때 단층운동의 엄청난 힘을 충분히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공원 안내를 맡은 이케모토 케이지 과장은 “지진 때문에 지표면으로 표출된 노지마 단층을 그대로 보존·전시해 다양한 각도에서 단층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며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함이고, 장래에 일어날 수 있는 대지진을 대비하기 위해 어린이부터 어른에게까지 진지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아래위로 틀어져 50㎝까지 융기하면서 두 갈래로 나뉜 모습도 눈에 띄었는데, 땅속 깊은 곳에서는 하나의 단층으로 이뤄져 있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 힘이 산울타리까지 틀어버린 현장에서는 지진의 위력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나뉘었던 단층은 다시 하나가 됐고, 폭 2~3의 균열대로 바뀌어 30m 더 이어졌는데, 대각선 방향으로 균열을 낳기도 했다.
지진 직후 단층이 횡단했는데도 붕괴하지 않고 남은 민가(메모리얼 하우스)와 내부 철근 때문에 휘어질지언정 무너지지 않은 담장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폭 10m에 140m 구간에 걸쳐서 도로와 산, 밭둑, 담 등을 훑고 지나가면서 남긴 다양한 단층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었다.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에서도 나타난 액상화 실험과 진도 6 이상의 지진체험도 관심을 끌었다. 모래와 색깔 있는 구슬을 담은 페트병을 거꾸로 뒤집었다가 바로 세우면 모래 속에 구슬이 감춰져 있지만, 지진의 진동과 같이 페트병을 흔들어주면 모래 속에 숨었던 구슬이 위로 솟구쳐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손쉽게 대지진 이후 진앙지 주변이 액상화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실제 진동의 50% 수준으로 맞췄지만 엄청난 공포감을 심어준 ‘도시 직하형’ 지진체험관도 꼭 필요한 시설물로 판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