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윤 에스포항병원 뇌질환센터 신경과 전문

한 언론사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걸리기 두려운 병으로 암보다 치매가 뽑혔다고 한다. 아직까지 완전한 치료방법이 없는 데다 인지기능이 점차 떨어지면서 결국에는 자신의 인격마저 무너지고 가족들의 삶까지 피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참으로 무서운 질환임에 틀림없다. 현재 65세 이상의 약 10% 정도가 치매 환자인 것으로 추정되며,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확률은 점차 높아져 85세 이상의 1/3이 치매 환자로 추정된다.

치매는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이 떨어져 생활에 지장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치매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치매의 원인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이며, 이 둘을 합치면 모든 치매의 약 80% 정도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경우 초기에 기억력 장애로 시작해 언어장애, 길 찾기 장애, 성격변화 등 다양한 인지기능장애가 서서히 심해져 점차 혼자서 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 말기까지 진행하게 되면 먹고 마시고 걷고 대소변을 가리는 등의 기본적인 신체활동조차 힘들어진다. 환자의 수명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약 1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진 치매를 완치할 수는 없지만,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약은 이미 나와 있다. 또 이 약물들은 환자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주어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의 부양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다만, 이 약들은 초기에 사용할수록 효과가 뛰어나고 말기에는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치매는 조기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초기증상은 바로 기억력장애다. 따라서 최근 들어 건망증의 빈도가 점차 잦아지거나 중요한 약속 혹은 도저히 잊어버릴 수 없는 인상 깊은 사건을 잊어버린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전문의의 진료 후 치매가 의심되면 신경 심리검사를 실시해볼 수 있는데, 이 검사는 검사자의 질문에 대답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문제를 풀기도 하는 등의 다양한 테스트로 이뤄져 있다. 또 MRI 등 뇌 영상을 통해 치매로 인한 뇌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를 발생시키는 이상 단백질을 없애는 치매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확실한 효과가 있는 예방 약물이나 주사는 개발돼 있지 않다. 따라서 생활 속에서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함께 개발한 ‘치매 예방수칙 333’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는 3가지씩 즐길 것과 금할 것, 그리고 챙길 것을 당부하고 있는데, 먼저 3가지 즐길 것은 운동과 식사, 그리고 독서다. 일주일에 3번 이상의 걷기 운동을 하고 생선과 채소를 골고루 챙겨 먹고 틈날 때마다 책이나 신문을 읽고 글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그다음 3가지 금할 것은 술과 담배, 뇌 손상이다. 술은 한 번에 3잔보다 적게 마시고, 담배는 아예 끊어야 하며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3가지 챙길 것은 건강검진과 소통, 그리고 치매 조기발견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을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가족 및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치매는 단순히 나이가 들기 때문에 생기는 노화 현상이 아니라 뇌에 생기는 병이다. 평소 예방수칙을 잘 지켜서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때는 초기에 진단받아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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