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겪은 효고현 타니가와 할아버지 격려 메시지

▲ 6일 오후 일본 효고현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에서 만난 타나가와 사부로 할아버지가 1995년 1월 17일 겪은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상황을 설명한 뒤 포항시민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고 있다.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지옥을 봤습니다. 거리에 나뒹구는 시신은 처참하기만 했습니다.”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46분 일본 효고현 남동부에 있는 아시야시 2층 단독주택에 거주하던 타니가와 사부로(81)씨는 리히터 규모 7.3의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있었던 날을 이렇게 표현했다.

당시 아시야시 건설부 부장으로 만 60세 정년을 2년 앞뒀던 그는 “집이 무너지지 않았음을, 아내와 딸·아들이 무사했음을 감사히 여겼다”면서도 “우리 마을에서만 450여 명이 목숨을 잃어 참담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본 정부와 효고현이 지진 발생 7년 만인 2002년 설립한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에서 지진의 참담함과 교훈을 전하는 ‘이야기꾼’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그는 “센터를 찾는 한국인과 뉴스를 통해 규모 5.4의 포항지진 소식을 들었다. 충분히 잘 이겨내고 있다”는 격려부터 전했다.

눈가에 이슬이 금세 맺힌 그는 대지진 당시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갔다.

도로가 모두 파손돼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어서 지옥이나 다름없는 거리를 10㎞나 걸어 시청에 출근했다는 타니가와 할아버지는 “학교 운동장 9곳에 시신 450구를 안치하고 드라이아이스 100개를 넣은 관도 따로 마련했다. 화장할 곳도 찾아내 화장까지 하는 임무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었다”면서 “2개월간 처자식을 내버려두다시피 하고서는 지진복구에 쏟아부었던 시간이 다시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당시 파손된 도로를 뚫고 시청에 출근한 부시장이 리더로서 신속하고 단호하게 지시한 이후 일사천리로 복구작업이 진행됐던 기억이 난다. 포항지진도 마찬가지로 리더가 빠르고 단호하게 행정직원에게 명령해 어려움을 처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보탰다.

지진을 계기로 고베시나 아시야시가 예전보다 더 새롭고 발전된 도시로 변모했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꼈다는 타니가와 할아버지는 “도시 직하형 지진이어서 피해가 컸지만, 쓰나미가 아니어서 이쯤에서 끝났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포항주민들도 부디 힘내시라”고 당부했다.

2002년부터 15년간 매주 2차례씩 모두 1천100차례 미래센터 방문객에게 지진 경험담과 교훈을 전했다는 그는 “소방관과 경찰관이 폐허를 뚫고 구조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끈끈한 정으로 뭉친 이웃이 붕괴한 가옥에서 목숨을 구했다. 그 비중이 80%가 된다.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매번 강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구호품 등 도움의 손길을 보낸 한국인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무원으로서 시민들을 구조하고 복구하는데 몰두하다 보니 아직 트라우마를 겪지 못했다”는 우스갯소리도 했다. 


효고현에서 순회취재팀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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