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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주 신화법률사무소 변호사
얼마 전 일부 기업가 등이 노역의 대가로 하루 수억 원의 벌금을 공제받는 ‘황제노역’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서 형법 일부가 개정되었습니다. 고액 벌금형의 경우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더라도 일부 재판의 경우에는 단기간 노역장에 유치되는 것만으로 벌금액 전액을 면제받게 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증가되었던 바, 일정 액수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에는 노역장 유치의 최소 기간을 직접 법률에 규정하여 고액 벌금형을 단기의 노역장 유치로 무력화하지 못하도록 형법을 개정하였습니다. 즉 2014년 5월 14일 개정된 형법은 법원이 선고하는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1,000일 이상의 유치기간을 정하도록 하면서, 부칙 조항에서 위 규정을 ‘법 시행 후 최초로 공소가 제기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나와서 주목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10월 26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1억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 노역장유치 기간의 하한을 정한 형법 제70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위 형법 제70조 제2항을 시행일 이후 최초로 공소 제기되는 경우부터 적용하도록 한 형법 부칙 제2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17. 10. 26. 자 2015헌바239 결정 참조). 즉 헌법재판소는 소위 ‘황제노역’과 관련하여 노역장유치조항의 하한을 정한 형법 조항에 대하여, “고액의 벌금 납입을 심리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역장유치기간을 정할 필요가 있고, 고액 벌금에 대한 유치기간의 하한을 법률로 정해 두면 1일 환형유치금액 간에 발생하는 불균형을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위 형법 조항이 노역장유치제도의 공정성과 형평성 제고를 위한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형법 부칙 조항과 관련하여, “노역장유치조항은 1억 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는 노역장유치기간의 하한이 중하게 변경된 것이므로, 이 조항 시행 전에 행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범죄행위 당시에 존재하였던 법률을 적용하여야 하는데, 형법 부칙조항은 노역장유치조항의 시행 전에 행해진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공소제기의 시기가 노역장유치조항의 시행 이후이면 이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 바, 부칙조항은 범죄행위 당시 보다 불이익한 법률을 소급하여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헌법상 형벌불소급원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헌법상 형벌불소급원칙이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으로, 헌법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명시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는 범죄행위에 따른 제재를 부과할 때 그 제재의 형식적 분류보다는 그 제재의 실질이 가져오는 형벌적 불이익의 정도에 따라 형벌불소급원칙의 적용 여부를 판단해 왔는데,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도 형식적 의미의 형벌이 아니더라도 범죄행위에 따른 제재의 내용이나 실제적 효과가 형벌적 성격이 강하여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이에 준하는 정도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법적 안정성, 예측 가능성 및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형벌불소급원칙이 적용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노역장유치는 벌금형에 부수적으로 부과되는 환형처분으로서, 그 실질은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여 징역형과 유사한 형벌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형벌불소급원칙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은 법원 기타 모든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는 바, 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교정당국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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