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철수 1년만에 케이블서 재도약…tvN, JTBC, 올리브서 종횡무진
"다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봤다"…‘강식당’ 첫회부터 대박 조짐

강호동(47)이 다시 전성기를 찾았다.

‘한끼줍쇼’ ‘아는 형님’ ‘섬총사’ ‘신서유기’의 성공에 이어 지난 5일 첫선을 보인 ‘강식당’까지 시작부터 대박 조짐이다. 내년 1월에는 또다른 토크쇼 ‘토크몬’(가제)이 론칭 대기 중이다.

모두 케이블 프로그램이다. 지상파는 하나도 없다. 지난해 10월 그가 지상파 3사 프로그램에서 모두 철수했을 때 ‘강호동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이후 1년간 케이블에서 종횡무진하며 지상파에서 ‘철수 당한’ 설움을 만회했다. 지상파 예능의 시청률이 5%가 어려운 상황에서 강호동은 케이블에서 지상파 부럽지 않은 시청률과 인기를 누리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 지상파 철수 1년…“다 내려놓고 돌아봤다”

강호동은 지난해 10월4일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이 막을 내리면서 지상파 방송 3사에서 모두 철수했다. 한때는 유재석과 나란히 지상파 예능 MC 투 톱 체제를 굳건히 했던 강호동으로서는 굴욕도 이만저만한 굴욕이 아니었다.

세금 문제로 인해 2011년 9월 잠정 방송 은퇴를 선언했다가 1년 만에 복귀한 이후 그는 줄곧 내리막을 걸어야 했다.

MBC TV ‘황금어장-무릎팍도사’는 2013년 8월 문을 닫았고 야심차게 선보인 KBS 2TV ‘달빛프린스’(2013년 1~3월), MBC TV ‘별바라기’(2014년 6~9월), KBS 2TV ‘투명인간’(2015년 1~4월) 등 신생 프로그램들은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단명했다. 세금 문제 이후 복귀작이자 장기간 MC를 맡았던 SBS TV ‘스타킹’도 지난해 8월 9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케이블 채널에서 다시 재기를 노렸고, 특유의 근성을 발휘하며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이미지와 욕심, 스타일 등을 다 내려놓는 어려운 시간을 거쳤다.

강호동과 형제지간 같은 매니저인 박태현 SM C&C 상무는 “강호동 씨가 다 내려놓고 새롭게 태어났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옛날에는 1등만을 목표로 했다면,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욕심을 내려놓았다”며 “예전에는 호통만 치고 꽥꽥 소리만 지른다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눈에서 힘도 빼고 목소리에서도 힘을 빼면서 사람들이 굉장히 편하고 친근하게 여긴다”고 전했다.

이어 “후배들 역시 예전에는 무서워서 근처에도 못갔다면 요즘은 먼저 다가와 장난을 칠 정도로 강호동 씨를 편하게 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는 형님’이나 ‘신서유기’ 등을 보면 강호동은 과거 ‘1박2일’에서 봤던 강호동과 전혀 다르다. 대장으로서 프로그램의 그립을 단단히, 독점적으로 쥔 채 강하게 밀어붙이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후배들에게 구박과 놀림을 일상적으로 당하고 약한 모습도 수시로 노출한다. 이를 통해 강호동에 대한 대중과 시청자의 진입장벽이 대폭 낮아졌다.

◇ 믿고 끌어준 PD들과 찰떡궁합…남녀노소 아우르는 푸근한 MC 되다

강호동의 제2의 전성기가 도래하는 데는 그를 믿고 끌어준 PD들이 있다. JTBC에서는 여운혁 PD와 ‘아는 형님’을, tvN에서는 나영석 PD와 ‘신서유기’, ‘강식당’을, 올리브에서는 박상혁 PD와 ‘섬총사’에 이어 ‘토크몬’을 하는 강호동은 이들 PD와의 찰떡궁합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각각 MBC, KBS, SBS 출신인 세 PD는 지상파에서 나란히 강호동과 전성기를 구가했던 경험을 살려 케이블로 옮겨와서도 강호동과 새로운 합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강호동은 처음에는 이들 프로그램을 하는 데 주저하거나 시행착오를 겪었다. ‘아는 형님’의 경우는 초반 시청률 부진으로 폐지 위기까지 몰렸다가 포맷을 대폭 수정한 후 JTBC의 대표 프로그램이 됐다.

또 인터넷 예능으로 출발한 ‘신서유기’는 강호동에게 굉장히 생경한 분야였다. 지상파 프로그램만 하던 강호동은 ‘신서유기’에 출연하기까지 고민이 많았고, 실제로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신서유기’를 통해 그는 알을 깨고 나오는 전환점을 맞았고, 트렌드에 맞게 자신의 스타일을 바꿀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작년 10월 시작한 ‘한끼줍쇼’는 50대 이상 시청자에게 큰 지지를 받는 프로그램이 되면서 강호동을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푸근한 MC로 만들었다.

자신을 연예계로 이끈 대선배 이경규와 데뷔 23년 만에 처음으로 한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것은 강호동에게 큰 모험이었다. 이경규-강호동 조합은 두 사람에게 지난 20년 마음 속 최후의 보루처럼 남겨둔 카드였던 것. 프로그램이 실패하면 그만큼 큰 상처가 될 위험이 있었다.

박태현 상무는 “이경규 씨랑 강호동 씨는 서로를 너무 잘 아는 데다 각별한 사이이기 때문에 섣불리 프로그램을 같이 하기 어려웠다”며 “‘한끼줍쇼’가 잘 안됐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을 정도로 방송을 앞두고 정말 걱정이 많았는데 잘돼서 너무 다행”이라고 말했다.

◇ ‘강식당’ 첫회 5.4%…“행복을 주는 식당” 외쳐

‘신서유기’ 외전으로 기획된 ‘강식당’은 지난 5일 첫방송에서 5.4%를 기록하며 단숨에 5%를 넘겼다. ‘윤식당’의 패러디 형태로 기획한 ‘강식당’은 예상대로 ‘신서유기’ 멤버들의 야단법석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강호동은 여기서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눈길을 끈다. 평생 먹는 것에만 집중하다 처음으로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하게 된 강호동은 정신없는 와중에 계속 “침착하자~”고 자신과 동료를 다독이는가 하면, 수시로 “행복을 주는 식당”이 돼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주메뉴인 돈가스를 보통 식당의 1인분인 150g의 배 이상인 400g으로 만들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게 하고, 요리 연구가 백종원에게 배워온 레시피를 달달 외워 그대로 시현하기 위해 신경을 기울이며 애를 쓰는 그의 모습이 정겹다.

박태현 상무는 “먹는 것은 세계 1등이지만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는 것밖에 할 줄 몰랐던 강호동 씨가 주방에 들어가 엄청 노력했다”며 “강호동 씨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또 “‘강식당’의 촬영 과정이 SNS를 통해 중계되면서 손님들이 엄청 몰려들어 대박이 났다”며 “이같은 호응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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