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은 내가 가진 정성의 크기만큼
MB의 정성은 어느 만큼일까

▲ 이종욱 정치경제부 부장
한동안 잠잠했던 이명박(MB)전대통령이 다시 세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통령 재임 시절 일어난 일들로 인해 떠들썩 하기도 하지만 지난달 15일 발생한 포항지진과 관련해서도 시끄럽다.

심지어 11·15지진이 발생한 뒤 일부 SNS에서는 ‘대통령 시절 잘못한 게 워낙 많아 고향에 재앙을 내렸다’는 고약한 이야기들까지 터져 나왔다.

그런 가운데 또다시 논란이 일어난 게 지난달 21일 포항시 사랑나눔 지진성금 접수처에 내놓은 금일봉이다.

금일봉은 말 그대로 금액을 밝히지 않고 내는 상금·성금·조위금을 통칭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흔히 이용하는 기부방법이다.

높은 직위로 인해 기부금의 금액이 너무 클 경우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배려심과 너무 적어서 직위에 맞지 않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현행 법 제도상 기부금품의 경우 소득세 정산 시 공제혜택을 주기 때문에 개인이나 회사의 경우 반드시 기부금액을 기재해야 하지만 고위공직자 금일봉의 경우 그럴 이유가 없는 것도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MB가 금일봉을 기탁한 뒤 며칠 만에 ‘봉투 속에 500 만원이 들었더라’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고, 일각에서는 “고향에 그렇게 인색하냐”라는 비난 섞인 질타의 말들이 터져 나왔다.

급기야 이 이야기가 지난주 일부 언론을 통해 방송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가 되고 있다.

11·15 지진 발생 이후 지난 8일 현재까지 포항시 등에 접수된 성금액만 333억 원(물품 제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수십억 원씩 기탁한 삼성·현대기아차·포스코·LG·GS 등 대기업군은 물론 용돈을 꼬깃꼬깃 모아 낸 포항남부리틀야구단 어린이 등 무려 2만7천여 건의 다양한 사연과 함께 성금이 접수됐다.

이런 가운데 ‘MB금일봉 금액이 500만 원이었다’는 말이 나돌면서 ‘정말 그거 밖에 안 낸 것 맞나?’라는 의문이 제기됐고, 결국 언론을 통해 구설수에 올랐다.

물론 이 금액은 성금접수처인 포항시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며, 논란이 된 후에도 이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았다.

기부자가 금액을 밝히지 않기 위해서 금일봉을 전달한 것을 접수자가 밝힐 수도, 밝혀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기부와 관련한 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그리스도가 제자들과 함께 수행을 다니던 시절 어느 마을에서 큰 부자가 많은 돈을 기부한 데 이어 초라한 사람이 쌈지를 탈탈 털어 기부를 했다.

이를 본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누가 더 큰 기부를 한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

모두들 ‘많은 돈을 낸 부자’라고 답하자 그리스도는 “부자가 낸 돈이 많은 것은 맞지만 재산의 일부를 냈고, 저 초라한 사람은 전 재산을 낸 것”이라며 “그러니 저 초라한 사람이 더 큰 기부를 한 것”이라고 가르쳤다.

성금이란 국어사전상 ‘정성으로 내는 돈’이란 의미를 갖고 있고, 누가 얼마를 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정성을 담았을까가 중요하다.

현직에서 물러나 제도의 틀에서 자유로워졌다지만 현 정부의 전 정권 적폐 수사의 정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MB의 고향에 대한 정성의 크기는 세인의 관심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MB의 고향에 대한 정성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이종욱 정치경제부 부장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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